"대학·지역·세계가 함께한 인문학…불씨 꺼지지 않길"
3년간 총 72억원 투입 시민·학생 등 2만3천749명 참여
취업률·대학원진학률·대학만족도 등 지표 일제히 상승
교육부 중간평가서 최고점 'A' 받아…19개 대학중 3개교
인문학 콘텐츠 생산 봇물 3년간 340명 참여 30여종 출판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 '인구론'(인문계 90%가 논다) 등 신조어가 등장할만큼 인문학이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인문학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런 취지에서 나온 것중 하나가 코어사업(CORE, initiative for College of humanities' Research and Education, 대학 인문역량 강화사업)이다.
코어사업은 2016년부터 3년간 대학의 인문학 교육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최초의 정부 재정지원사업이다. 충북대를 비롯한 전국 19개 대학이 선정돼 대학별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사업모델을 선택해 운영해왔다. 3년간 사업을 마무리하면서 배득렬 충북대 코어사업단장(중어중문학과 교수)을 만나 성과와 과제를 짚어봤다. / 편집자주
▶이달로 3년간의 사업이 대장정의 막을 내리게 됐다. 다양한 사업을 펴왔는데 자체 평가한다면.
-지난 3년간의 시간은 인문학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한 여정이었다. 3년간 600여 건이 넘는 학술활동과 320여 건의 프로그램에 학생, 시민 등 총 2만3천749명이 참여하는 등 대학, 지역사회, 세계가 인문학과 함께했다. 3차 년도로 마무리되는 게 아쉽지만 충북대 인문대학, 나아가 충북대 전체, 충북도 전역에 인문학의 씨앗을 뿌리지 않았나 생각된다. 코어사업은 '대학의 미래에 대한 방점'이다. 과거 인문학이 어학과 문학이라는 전통적 틀 안에 있었다면 코어사업은 그 틀을 해체하는 작업이었다.
▶교육부의 코어사업이란 무엇인가.
-코어사업은 기초학문인 인문학을 보호·육성하고, 사회적 수요에 부응하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개발, 학생들의 진로 선택 기회 확대, 나아가 인문학의 진흥·발전의 기틀 마련이라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향후 10년내 인문학분야 세계 100위권 내 10개 대학, 취업률 10%p 향상이 정책적 목표였다.
▶사업이 마무리되는데 충북대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충북대 코어사업은 교육부의 첫 1년 평가에서 A·B·C중 중간점수인 'B'를 받았지만 2차 년도 평가에서 전체 19개 대학중 3개 대학만이 최고점수인 'A'를 받았는데 충북대가 포함됐다. 사업비 1억2천만원을 추가로 받아 더 다양한 사업을 하는 데 동력이 됐다. 늘 새로운 시도를 했고 가장 다양하게 사업을 추진했고 서류상 기획서와 실제 사업내역이 가장 일치했다는 게 교육부가 충북대에 최고점수를 준 이유였다.
23,749 | 총 참여(명) |
624 | 총 학술활동(건) |
503 | 총 해외파견(명) |
340 | 인문학콘텐츠 출판 참여(명) |
▶3년 사업을 계기로 어떻게 달라졌나.
-학술활동 예산지원을 통해 기초학문을 강화하는데 앞장섰고, 인문체험프로그램과 공개강좌 등을 통해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인문학을 꿈꾸었고, 해외기관 협력, 해외리서치 및 인턴십 파견을 통해 세계와 함께하는 인문학도 추구했다. 강좌개발과 교육과정 개편을 통해 인문학 교육의 변화도 이끌어냈다.
그 결과 인문대 취업률이 코어사업 이전인 2015년 37.5%에서 2017년 48.8%로 올라갔고, 대학원 진학률이 2015년 3.1%에서 2017년 7.3%로, 입학경쟁률이 9.46%에서 10.79%로, 대학만족도가 2016년 3.29%에서 2017년 3.39%로 상향되는 등 인문대학 역량이 강화됐다. 또, 국내 28개 기업에 100여명, 해외 5개국 27개 기관에 50명이 넘는 학생들이 전공기반 인턴십을 진행했고, 503명의 학생들이 해외에서 인문학적 리서치와 학술연수를 통해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웠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으로 인문학공개강좌, 인문학당 등을 진행해 3년간 총 102건에 9천857명이 참여하기도 했다.
▶충북대 코어사업단의 사업 내용을 소개한다면.
-충북대 코어사업단은 '충북대, 인문학을 이끌다'를 모토로 2016년부터 3년간 총 72억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았다. 인문대학 설립이후 가장 큰 규모의 예산지원이었다. '창의 융합형 인재'를 특화된 '인문학적 인재'로 길러내자는 목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해왔다. 충북대 여건에 맞게 특화된 인문학 발전모델을 설계해 크게 ▷글로벌지역전문가 양성을 위한 '글로벌지역학' 모델 ▷학문후속세대 양성을 위한 '기초학문심화' 모델 ▷인문융합 실무형 인재 양성을 위한 '대학자체개발' 모델로 구성했다.
글로벌지역학모델은 중어중문학과, 노어노문학과, 독어독문학과, 불어불문학과 등 외국어문학 학과가 중심이 되어 유라시아 국제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했다. 기초학문심화모델은 국어국문학과, 철학과, 사학과, 고고미술사학과, 영어영문학과 등 기초학문 계열의 학과가 중심이 되어 인문고전 학문 후속세대 양성을 목표로 삼았다.
대학 본연의 임무중인 하나인, 기초학문 보호 및 육성을 담당했다. 인문대학 9개 학과가 모두 참여하는 대학자체개발모델의 경우,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한 인문융합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마련된 모델이었다.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할 창의적 인재를 육성에 힘을 보탰다.
▶가장 큰 성과를 꼽는다면.
-학생들의 출판물 출간을 꼽고 싶다. 그중 하나로 불문과 재학생들과 원어민교수가 우리나라 동화를 프랑스어로 번역한 '환상동화'를 시리즈로 내고 있다. 우수도서로 선정돼 충북대에서 시상도 할 예정이다. 인문학 콘텐츠 생산이 봇물을 이뤄 3년간 모두 30여종의 도서·인쇄물이 출간됐다. 참여자만 340명에 달한다.
▶이외에 소개하고 싶은 사업은.
-인문대를 제외한 14개 모든 단과대학데 '인문액티비티룸'을 조성해 일상에서 책을 읽고 인문학을 누리도록 했다. 인문학 관련 책 100~200권을 비치한 북카페 개념이다. 또, 인문학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늘었고, 인문대 대학원 진학학생이 늘어 충북대 역사 이래, 인문대 역사 이래 지금이 가장 많은 대학원생이 공부하고 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인문학을 진흥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충북대는 신청 당시 인문대 교수 63명 전원이 코어사업에 동의했기 때문에 인문학 체질개선이 가능했고 소모적 논쟁이 없었다. 학과명칭 변경을 통해 학과 커리큘럼을 30% 바꿨다. 이에 따라 독어독문학과는 독일언어문화학과로, 불어불문학과는 프랑스언어문화학과, 노어노문학과는 러시아언어문화학과로 2017년 이름을 바꿨다.
▶인문학의 위기라고 얘기한다. 인문학자가 보는 인문학은 어떤가.
-인문학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의 본질을 연구하는 학문으로서 궁극적으로 인간이 인간답게 살 것인가로 접근한다면 인문학은 정초석 같은 것이다. 사회에서는 인문학이 필요하고 대학에서 인문학 인재를 길러내야 하는데 정작 대학은 인문대학을 없애고 있어 안타깝다. 철학과가 있는 대학이 국립대를 제외한 사립대에는 거의 없다. 당장 눈에 보이는 효율만 따지는 것이다.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인문학이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이끌고, 불안정한 사회의 구심점이 될 것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인문학은 한마디로 '공기(空氣)'다. 유형도 실체도 없지만,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고 인간이 존재하는 한, 공기 없이 살 수 없듯이 인문학 없이 살 수 없다. 사회가 어지롭고 혼란한 때일수록 인문학이 태풍처럼 강력한 힘을 발휘하길 바란다. 인문학처럼 무형의 진흥은 8년 이상 지속 지원돼야 좋은 선순환구조가 된다. 코어사업을 통해 3년간 애지중지 지펴온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충북대에서도 지원을 이어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