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김성호

예견된 8강 탈락이었다. 아시아컵에 출전한 축구 국가대표팀 얘기다. 토트넘의 손홍민 등 화려한 선수 구성으로 대회 초반부터 아시아인의 주목을 받았던 한국 대표팀. 그러나 우리 대표팀은 이미 자국 언론의 공격으로 만신창이나 다름없는 모래성이었다.

축구 국가 대항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선수들의 심리 상태, 또 전략과 전술은 대회를 시작하기도전에 언론을 통해 그대로 상대팀에 노출됐고, 때문에 우리 선수들은 매 경기 고전의 고전을 거듭했다.

기성용 등 주요 선수들의 부상, 또 팀 의료진의 조기 귀국에 따른 코칭스태프와의 불화설 등이 여과 없이 노출되며 8강 상대 카타르팀의 콧노래는 한국땅까지 울려퍼질 정도였던 것이다.

우리 대표팀은 이미 무기를 내려놓고 전장터에 나간 약하디 약한 FIFA 랭킹 200위권 팀에 불과해 보였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 해야 한다는 의지를 찾기란 기대 조차 어려웠던 셈이다. '사기 저하'로 첫 경기 전부터 신음하며 경쟁력을 잃었다는 얘기다.

대회전 상황이 이럴진데 아시안컵 탈락 이후 축구대표팀을 향한 물어뜯기 역시 예상을 크게 빗겨가지 않고 있다.

축구대표팀에 대한 비판. 주요 대회에 앞서 치러지는 평가전부터 깊이있게 이뤄져야 한다. 또 대회를 마친 후엔 정확한 진단으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을 다독여야 한다. 그래야 우리 대표팀이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그래야 바로 한국 축구의 미래가 보일 것이다. 사기를 먹고사는 선수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회기간 비판은 독배나 다름없다.

이번 아시안컵을 보면서 충청권 인재들의 비애(悲哀)와도 매칭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3년차에 접어들면서 노영민 비서실장이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간 청와대에 지역출신 인사가 없어 답답하던 차에 노 실장의 비서실 입성으로 충북은 가뭄에 단비를 맞은 듯 반기고 있다. 청와대는 곧 내각도 일부 교체할 모양이다.

그러나 인사 때마다 제기되는 '충청권 홀대론'. 매번 대통령 인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가슴 한편은 답답함이 진해져 왔다.

사실, 정부 인사에 부합하는 충청출신 인사가 많지 않은데도 이를 외면해 왔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충청 인사를 발탁하고 싶어도 발탁할 인사가 없다는 게 역대 정부마다 되풀이 되는 볼멘소리지만 그간 귀를 막아 왔던 것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한 청와대 인사는 "차라리 장관직 등에 맞는 충청 인사를 지역에서 먼저 제시해 보라"고 했을 정도로, 권력이 보는 경쟁력 있는 충청 인사는 '백사장에서 금반지 찾기' 쯤으로 여기는 듯 보인다.

충청이 이젠 '지역 인재 키우기'에 있어 소홀하지 않았는지 반드시 되짚어 볼 때가 됐다는 얘기다.

최근 노 실장의 청와대 입성을 놓고 지역에서는 이런 저런 말들이 오간다. 부러움과 기대, 그러면서도 시기와 질투가 심심치 않음을 쉽게 목도(目睹) 한다. 안될 말이다.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칭찬과 사기로 경기에 임하듯, 우리 충청 인재들도 끝없는 사랑과 칭찬, 격려 속에서 빛을 발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도 충청 대표 인재들이 중앙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게 현실인 때문이다.

지역인재를 지역이 보호하고 키워내야지 조금 잘 나간다고 '욕'부터 해서 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속된말로 '호박씨'는 안 된다는 말이다.

문재인 정부에 몸담고 있는 고위 정무직들도 각 부처의 충청 인재들이 어느 포지션에 자리 잡고 활동하고 있는지 면밀히 살필 것을 주문한다.

물론 실력이 우선이지만 충청 인사들이 부처마다 계단식으로 포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 지역 안배가 한 몫 한 고위 정무직의 의무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성호 서울주재
김성호 정치부장

"때때로 칭찬은 소심한 자와 풀이 죽은 자에게 좋은 것이다. 이는 그들로 하여금 다른 사람의 친절에 적절히 의존하도록 가르쳐준다.", "칭찬은 다른 사람에게 선의 빚을 지는 것이다." 격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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