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 대신 '밴세'… 고향집 방문·윷놀이 익숙

안금실씨가 북한 설날에 주로 만들어 먹는 '밴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동빈
안금실씨가 북한 설날에 주로 만들어 먹는 '밴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동빈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설날에 떡국을 꼭 챙겨먹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떡국 안 먹으면 나이 먹는 게 아니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재밌었는지 몰라요."

북한이탈주민인 안금실(41)씨는 지난 2011년 우리나라로 건너와 8번째 설을 앞두고 있다. 바닷가 마을인 함경북도 청진시 포항구역이 고향인 그는 설날에 떡국먹는 모습이 생소하게 느껴질 만큼 남과 북의 명절문화에 차이가많다고 말했다.

"설날에는 떡국, 추석에는 송편을 꼭 챙겨 먹는 남한의 모습이 신기했어요. 북한에서는 명절이 되면 평소 못 먹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날로 생각해 기름진음식을 많이 장만하는데 남한에서는 항상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다보니 북한과 반대로 평소 안먹는 전통음식을 맛보는 날로 사람들의 인식이 변한 것 같아요."

같은 민족이지만 경제여건에 따라 명절 풍경도 다양한 형태로 변화한 것이다. 

그는 "북한에서는 구정(음력 설)보다는 신정(1월 1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마을사람들 모두가 새해 첫날부터 2~3일 동안 음식을 나누며 잔치를 벌이는 것이 북한설날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북한의 명절 대표음식이 밴세(송편반죽에 만두소를넣어 찌는 음식)인데 남한에서는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며 아쉬워했다.

"추석 때만 송편을 먹는 남한과 달리 북한에서는 설날에도 준비해요. 해안마을이었던 우리 동네에서는 고기 대신 생선살을 다져 넣어 밴세를 만들어요"라며정겨웠던 풍경을 회상했다.

그는 이어 "할머니, 할아버지,큰집, 작은집이 모여 사는 집은 순대를 만들어 먹기도 했고, 동태탕을 푸짐하게 끓여 먹었던 생각이 난다"며 "생선살을 발라 남한 생선돈가스처럼 만드는 것도 오랜 풍습"이라고 전했다.

그는 "평소보다 훨씬 풍족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어른 아이할 것 없이 설날만 목 빠지게 기다린다"고 덧붙였다.

북에서의 설날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명절에 제사를 지내지 않기 때문이다.

안씨는 "한식(寒食)과 추석(秋夕)에 조상의 묘를 찾아 절을 하는 것은 맞지만 북에서는 명절에 따로 제사를 모시지 않는다"며 "제사를 지내지 않다보니 시댁을 방문하지 않고 처가만 찾는 경우도 많고, 남한과 다르게 출가외인이라는 개념이 많이 약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향을 떠난 자식들이 부모를 찾는 모습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명절 모습이었다.

안씨는 "남한처럼 길이 막히지는 않지만 교통이 불편한 시골마을은 버스를 몇 번 갈아타고 걸어야 고향집에 도착하는 경우가 흔하다"며 "부모가 아들, 딸, 손자, 손녀를 애타게 기다리는 마음은 똑같은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또, 집안 어르신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거나 친척들이 모여 앉아 윷놀이를 즐기는 것도 북의 익숙한 풍경이라고 했다.

안씨는 이번 설날을 맞아 증평군에 있는 시댁을 찾는다. 

익숙해진 남한에서의 생활이지만 명절이 다가오면 북에 있는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이 짙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칠순이된부모님 걱정도 크다.

그는 "시댁식구들이 잘해주지만 명절이면 고향에 있는 가족생각이 더 나요. 마당에서 음식을 하던 엄마와 아빠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며 남북 통일이 돼 서로 왕래는 못하더라도 북한에 있는 가족들과 전화라도 한번 해보고 싶다"며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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