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이 계란을 누르다. 역량의 차이가 현격하거나 큰 힘으로 억압함

얼마 전, 빙상 국가대표로 큰 활약을 보였던 한 선수가 그가 자신이 겪었던, 차마 입 밖으로 내기초차 어려운 이야기를 세상에 공개했다. 내 눈에는 너무나 어리고 여린 20대 대학생이 그간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까를 생각하니 공연히 부화가 끓어올랐다. 그 어린 아이에게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정말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했던 그는 人面獸心(인면수심)이라는 말밖에 더 할 말이 없었다. 고약한 놈! 그렇다! 세상에는 고약한 놈들이 간혹 있다. 허나 이런 고약한 놈들을 세상에서 사라지게 하려면 어찌해야 할까? 방법은 저항과 용기뿐이다.

나도 딸 둘을 키웠다. 가끔 두 아이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 무섭다고 피하면 그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고, 불의와 부정과는 타협이 있을 수 없다고! 이것이 진정한 용기라고! 아이들은 말한다. "아빠, 그게 쉬워요? 정말 무섭고 떨리는 상황과 마주하면 다리에 힘부터 빠지는 게 사람 아니에요?" 아이들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용기를 낸다는 것은 아마도 泰山을 들어올리는 내적 역량이 없다면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저항과 용기를 내팽겨친 것이 아닐까? 우리 아이들에게 회피와 모면을 암암리에 강요한 것은 아닐까? 하여 『晉書(진서)』 「孫惠傳(손혜전)」의 고사를 소개하고자 한다.

晉朝(진조) 때, 內亂(내란)이 일어나 각지에 分封(분봉)되었던 貴族(귀족)들이 계속해 서로를 공격하였다. 孫惠(손혜)는 말재주는 없었으나 빼어난 문장을 빨리 짓는 재주가 있었다. 그는 먼저 齊王(제왕) 사마경과 長沙王(장사왕) 司馬義(사마의)를 위하여 일을 하다가, 東海王(동해왕) 司馬越(사마월)이 군사를 일으키자 그에게 찬양하는 편지를 보냈다. 그가 편지에서 司馬越이 군사를 일으킨 것은 정의로 무장하고 사악한 무리를 징벌하는 것이라 군대가 가는 곳이면 적군은 마치 '태산 아래 깔린 계란과 같아서(泰山壓卵)' 대적할 힘조차 없다고 하였다. 司馬越이 이 편지를 읽고 너무나 기분이 좋은 나머지 그를 자신의 記室參軍(기실참군)으로 임명하였고, 그 뒤에도 그를 여러차례 승진시켰다.

배득렬 충북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배득렬 충북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晉書』 「孫惠傳」의 고사는 적을 압살하는 힘으로 작용하는 泰山을 언급하였다. 허나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면 아무리 거대한 힘이 우리를 억눌러도 이를 거부하고, 저항하며, 용기로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정의가 실현된다고 보면 어떨까? 이러한 과정에 상처를 입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공동체적 지원단체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젊은 운동선수의 용기! 그것은 태산을 무너뜨리는, 그리하여 부정을 극복하고 광명과 자유로 나아가는 추동력이 아닐 수 없다. 아버지의 마음으로, 이 선수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나의 두 딸에게도 부정에 용감히 맞서는 내적 역량을 축적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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