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구윤모 충북특수교육원 교육과장

시간. / 클립아트코리아
시간. / 클립아트코리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강아지풀, 명아주, 닭의장풀 등은 쉽게 자주 접하기 때문에 여러 해를 사는 듯이 느껴진다. 벼와 토마토는 원자생지에서는 여러해살이 식물이지만 한국에서는 1년 안에 수확하여 겨울을 나지 않기 때문에 한해살이(일년생) 식물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고 한다. 한해살이풀은 짧은 생활사로 인하여 일시적으로 생기는 서식지나 교란지에서 다른 식물이 들어오기 전에 그 생육지를 선점하는 이로운 점이 있고 1년 이내에 발아, 성장, 개화 그리고 결실을 하고 죽는다. 또한 하루살이로 부르는 작은 날벌레들은 시, 소설 등 문학적 내용에 '덧없는 짧은 인생' 등을 표현할 때 자주 언급되는 생물이다. 그러나 글자 그대로 하루만을 사는 곤충은 아니다. 알은 대개 1~2년을 지나고 성충은 하루 내지 2~3일 정도 산다(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100세를 산다고는 하지만 또 한해를 보내고 맞으며 시간이 화살처럼 빨리 지나가 버렸다고 느낀다. 연 초의 계획과 바람을 생각해보면 정신없이 뭔가를 하면서 지내왔는데 빈손이 부끄럽고 한해살이풀만도 못한 듯하다. 이런 느낌이 혼자만의 느낌이라면 별거 아닌 일로 지나칠 것이지만 주변의 사람들도 비슷하게 호소하는 것을 보면 사람만의 본성에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한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시간에 쫒기 듯 사는 사람은 동물이 갖고 있지 않은 시간을 느끼고 오래 살기를 원하면서도 막상 주어진 하루는 습관적으로 반복하여 산다. 그런 지루함이 쌓였을 때 세월이 덧없다는 느낌을 갖는다(권택영. 2018. 생각의 속임수). 그래서 똑같은 시간의 흐름을 구별하여 한 해, 한 달, 하루를 구별하면서 사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싶다.

뇌과학자들은 너무 높은 목표를 설정하는 것보다 작은 목표들을 여러 차례 달성하는 것이 더 큰 행복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춤을 배우는 과정과 일치한다고 한다. 작은 구간 목표들을 설정해서 계속 밀고 나아가는데 필요한 도파민 효과를 얻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백영옥의 말과 글.2019.1.9. 행복과 춤). 또한 위급한 상황이 되면 마치 슬로우 비디오를 보듯 뇌가 평소보다 시간을 더 세세하게 나눠서 인식한다고 한다. 그래서 위기를 모면하고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속담이 가능하다.이런 뇌의 특성을 고려하여 새해맞이 결심을 하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연속된 작심 3일이면 제법 마디가 긴 대나무로 될 성 부른 나무가 될 수도 있지만 하루살이처럼 하루를 살다보면 순간순간을 살라버리는 생생한 삶이 가능하지 않을까싶다. 살아간다(to live)=살라버린다(to burn). 후회 없이 산다는 것은 매 순간을 찌꺼기 없이 살아버리는 태워버리는 생활일 것이다. 예수나 석가의 삶이 빛나는 까닭도 순간순간을 불로 살라버리듯 살다갔기 때문에 죽음마저 살라버리는 생생한 살아버림이 되었다(배병삼. 2018. 우리에게 유교란 무엇인가). 죽음이 있기에 삶의 의미가 생겨나고 ' 목숨을 걸고 해야만 하는 일' 같은 커다란 꿈을 품게 된다(김성중.2019.이슬라). 아침에 태어나 어제와 다른 태양을 맞이하고 하루를 열심히 살다 단 꿈을 꾸며 하루치의 죽음을 맞이하는 하루살이의 삶. 대나무에 마디가 없다면 부러지고 말 것인데 우리네 하루도 하루살이처럼 하루만을 살 듯 하루를 소중하게 여기며 길게 느끼며 살아간다면, 대나무 마디처럼 하루살이 마디마디가 되어 우리 삶도 큰(大) 나무로 자라지 않을까 싶다.

인간의 뇌세포끼리 연결되면서 의식이 생겨나고 언어와 문자로 인간과 인간이 연결되고 4차 산업혁명으로 인간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연결되는 초연결 시대를 맞아도, 하루살이처럼, 아침 없는 삶을 사는 딸을 깨워 그믐달을 볼 수 있게 하고, 손수 요리한 음식을 먹으며,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아파트 뒤 동네 산책길을 달리며 아날로그식으로 하루 일기를 쓰고, 다시 맞이할 한해살이 꽃들을 생각한다면 라이프 2.0의 삶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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