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중심에 들어온 문해반 학생들
나의 중심에 들어온 문해반 학생들
  • 중부매일
  • 승인 2019.01.3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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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교사 이야기] 장은진 영동유치원

월요일이다. 하루일과를 마감하고 갈 길이 바빠지는 퇴근길. 이런 저런 이야기가 가득한 사람들을 만나러 난 발길을 재촉해야 한다. 작은 꽃밭이 있는 마당 큼직하고 멋진 간판이 서있는 장애인야간학교 내가 지금 달려가고자 하는 곳의 목적지이다.

거기에는 "아이 배고파"라고 말하면 가방에서 살며시 과자 봉지를 꺼내주는 나이든 학생들이 있다. 차에 올라 시동을 켜는 순간 나의 머릿속에 반장의 얼굴부터 떠오른다. 며칠 전 당뇨가 심해져서 입원을 했다고 하는데 오늘은 학교에 왔으려나? 맨 앞자리에서 언제나 "반장, 종이 부탁해요.", "칠판 좀 닦지요.", "교재 좀 찾아주세요" 여러 주문에 언제나 "예, 선생님"하며 그렇게 나에게 다가온 반장인데 병문안을 못가 내심 미안했다. 다행이 호전 됐다니 참 감사한 일이다.

몇 년 전, 한 건물의 2층 조그마한 교실에서 우린 수업을 했다. 그 즈음 개인사정을 핑계로 난 야학의 수업을 중단하게 되었다. 청주를 오가며 출퇴근 하는 것이 때로는 많이 힘들었고, 언제나 수업을 안해서 편해질 수 있을까 눈치 보던 중 어느 날 용기 내어 선생님 "이제 수업을 못 하겠어요."라고 말씀을 드렸을 때 "그렇게 하세요"라며 내 마음을 알아 주셨던 장애인야간학교 선생님들이었다.

한편으론 편안하고 한편으론 나만 바라보고 수업에 참여했던 학생들과 학부형께 미안했지만 난 피로감에 지쳐 장애인야간학교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작년 늦은 봄날 다시 찾은 장애인야간학교에서 교장선생님의 권유로 난 다시 문해반 수업을 하게 되었다.

치료수업과 감각수업, 더불어 사회적응훈련수업 등 재미있는 수업을 진행 하고자 열심을 내어 보았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그리 즐겁고 신나는 반응이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해반 학생들이 "선생님, 우리도 초등반 중등반처럼 교과서를 가지고 공부해요" 라고 불만 섞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 학생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학생으로서 공부의 평범함, 교과서와 공책, 연필이 있는 편견 없는 나의 수업을 원하고 있는 줄을 난 금방 알 수 있었다. 우리반은 문해반으로 문자를 읽고 쓰는 것을 지도하는 반이다.

난 수업을 하면서 특별한 사람 특별한 수업이라고 생각한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학생으로서 인정받고 재미없는 교과서 수업이지만 진정 학생이 되고 싶었던 딱딱한 수업이 소중하고 귀하게 생각하는 학생들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교실에 난로가 들어오고 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할 무렵 수업을 마치고 옹기종기 난로 옆에 학생들이 앉아 있었다. 평상시와는 달리 말이 없다. 학생 한 명이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나를 붙잡고 "선생님 우리는 자습을 너무 많이 합니다.", "왜 우리반은 담임도 없고 선생님도 없어서 이렇게 자습만 해야 하는 겁니까?" 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수업 마치고 교실을 바로 나올 수 없는 미안함으로 나의 마음이 복잡해 졌다.

나는 학생들에게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모두 고민하고 교사 초빙을 원하고 계시니까 오실 거예요." 나의 이런 이야기를 듣는 학생들의 얼굴에는 서운함과 소외되었다는 속상함을 엿볼 수 있었고. 난 발걸음을 뗄 수 없는 미안함으로 쉽게 교실을 나올 수 없었다. 지금의 장애인 야간학교의 현실을 말 하는 것 같아 안타까움이 많았지만 난 그들의 눈을 보며 이야기를 하였다. "비록 현실이 이렇지만 문해반 학생들, 힘 내서 자신감을 가지고 큰소리로 말하고, 웃고 그렇게 살아갑시다." 라고.

며칠 전 문해반 학생들의 기분 전환을 위하여 같이 식사를 제안하며 "제가 한 턱 냅니다"라며 모두가 참석하기를 권했고 한사람도 빠짐없이 즐거워하였다.

장은진 영동유치원 수석교사

"메뉴는 김밥천국, 다음 주 월요일 6시 50분에 여기서 만납니다." 그렇게 우리 신나는 외출은 시작되었고 한참 찾은 메뉴에서 오무라이스를 선택했다.

난 그 자리에서 수저, 물컵, 냅킨 등의 서비스를 학생들에게 받을 수 있었고, 맛있는 디저트까지 챙겨오는 학생들에게 행복함을 선물로 받았다.

이 시간만큼은 모두가 즐거운 행복한 모습들이었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면서 "다음 달에 또 제가 한 턱 냅니다."라고 제안을 하였고, 학생들은 조금 미안했던지 "선생님 하지 마세요. 미안해요."라며 손을 저어대며 반색하는 학생들의 순수함도 나에게는 행복으로 다가 왔다.

양심이 있고 생각이 바른 나이든 학생들. 나의 중심을 보고, 나를 믿어주고, 나를 따라 주는 문해반 학생들을 나는 사랑한다. 그들의 따스한 사랑과 시선을 먹고 사는 나는 오늘도 "자 여러분, 오늘은 지혜의 나무 89쪽입니다." 이렇게 나의 수업을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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