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노학 충북도 노인장애인과 노인복지팀장

민족 최대명절인 설날이 다가왔다. 최근 들어 그 의미가 많이 퇴색 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우리민족의 가장 잘 지키는 전통명절은 역시 설날이다. 설날이 되면 전국에 흩어져 있던 온 가족이 모여 차례를 지내고 떡국을 나눠먹으며 덕담을 나누고 성묘하는 세시풍속은 오늘날에도 전승되고 있다. 이제 곧 언제나처럼 부모와 고향을 찾는 민족대이동이 벌어질 것이다.

그러나 설날과 같은 명절이 다가오면 독거노인들의 소외감과 고통은 더 해 진다. 가난, 질병, 외로움을 노년에 찾아오는 세가지 고통이라고 해서 3고(三苦)라고 한다. 이중 노년의 가난과 질병은 제도와 물질로 비교적 수월하게 도움을 드릴 수 있지만, 외로움은 많은 주위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영국의 한 연구소에 따르면 외로움은 담배 15개비를 피는 것과 같다고 한다. 외로움과 관련된 의료비 등 사회적 비용도 매년 3조 7천억 원이나 든다는 보고서까지 있다. 외로움과 고독에 따른 자살이 얼마나 심각한지 영국에서는 2018년도에 외로움 담당 장관과 자살담당 장관을 임명했다고 한다. 외로움과 고독에 따른 자살을 질병으로 보고 국가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라고 보여진다.

특히, 급격한 고령화를 격고 있는 우리나라의 독거노인은 매년 크게 늘고 있다. 우리 도는 7만3천여명의 독거노인이 있으며, 이는 도 노인인구 26만명의 28%에 해당되는 수치이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2017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노인 중 23.6%가 노인독거가구, 48.4%가 노인부부가구로 나타났는데, 이중 독거노인은 약 80% 정도가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고자 우리 도는 다양한 노인돌봄 사업과 9988 행복지키미 등 다양한 독거노인 보호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07년부터 추진 중인 노인돌봄기본서비스는 독거어르신을 생활관리사가 방문하여 돌보아 드리는 사업이며, 노인돌봄종합서비스는 몸이 불편한 노인을 대상으로 한다. 또한, 우리 도가 전국 최초로 실시한 '9988행복 지키미' 사업은 건강한 어르신이 주위의 고독한 어르신을 방문해 친구가 되어주는 노-노(老-老)케어 사업으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박노학 충북도 노인장애인과 노인복지팀장

독거노인 응급안전알림서비스는 365일 24시간 독거노인댁을 모니터링하여 비상상황에 응급대처하고 있다. 아울러, 독거노인 친구만들기 사업을 통해 사회활동 참여를 지원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갑작스러운 사별이나 황혼이혼 등의 주위 환경변화를 겪은 초기 독거노인의 위기·취약집단 유입을 막기 위한 '초기 독거노인 자립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지역사회에서 독거노인 등 소외된 분들을 돌보는 다양한 커뮤니티케어 선도 사업을 추진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만으로 어르신들의 고독한 삶과 고독사를 다 해결할 수는 없다. 내 부모님을 비롯하여 주위 어르신들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갖고 교류하며, 인사 한마디를 건네는 배려와 지역사회가 협심하여 어르신을 돌보는 커뮤니티 케어의 신 미풍양속의 사회적 공감확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윌듀란트의 '노년에 대하여' 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수많은 희망과 시련을 겪은 청년이 이 길로 오고, 온갖 고통과 수고를 겪은 중년이 이 길로 온다. (중략) 비록 세상을 떠나더라도 그들은 자녀들을 통해, 자식들이 자신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게 돌보는 행위를 통해 죽음을 속일 것이다. 생명의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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