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최익성 플랜비디자인 대표

당신은 인간은 실패를 통해 성장한다는 말을 믿는가? 나는 믿지 않는다. 실패를 통해서 성장할 수 있다면 실패한 경영자, 좌절을 겪은 사람들이 다시 재기하는 사례가 많아야 한다. 통계상 수치를 알 수 없으나 일반적으로 실패를 딛고 일어나는 사례보다는 좌절하거나 나락에 떨어지는 사례가 더 많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것은 안타깝지만 사실이다. 실패는 인간을 조직을 성장시키지 못한다. 실패로부터 배움을 얻고자 하는 의지와 피드백 요청, 피드백에 대한 수용, 변화에 대한 실행 계획과 실제 행동이다.

필자는 지난 주 중요한 제안 하나를 고객사에 보냈다. 짧은 시간에 많은 고민을 하고 제대로 된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프로그램 운영 전략을 수립했다. 어디에 내어놓아도 부끄럽지 않고, 단연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졌다. 제안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곳에 서지 않으면 모를까 우리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는 과신이었다. 요즘 말로 근자감이었다. 근거없는 자신감 말이다.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고 있을 때 고객사에서 경쟁 프레젠테이션에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렇게 많이 준비했는데 서류도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차라리 바쁜 시간을 나눠서 쓰지 말 것, 괜히 이 사람 저 사람 연락해서 들쑤시지나 말 것, 고생시키기도 고생하지도 말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은 후회이지 실패를 통한 성장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실패를 통해서 배운다는 것은 복기와 잊지 않기 위한 활동, 피드백 수용과 변화 계획, 변화 행동을 말한다.

첫째, 복기하고 잊지 않기 위한 활동이다. 미 육군은 훈련을 마친 후 반드시 AAR(After Action Review) 시간을 가진다. 이 제도는 미 육군이 훈련성과 향상을 위해 개발한 방법으로 20년째 사용돼 왔다. 방법은 간단하다. 몇 가지 질문을 하는 것이다. 질문은 다음과 같다.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었는가? 실제로 얻은 것은 무엇인가? 목표와 실제 사이의 차이는 무엇이며, 원인은 무엇인가? 지속·강화 시켜야 할 것은 무엇인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와 같은 질문이다. 필자의 회사도 이와 유사한 피드백 과정을 거치기 위해 노력한다. 한 가지 더 있다면 잊지 않기 위한 활동을 위한 '실패의 벽'이 있다. 실패의 벽에는 그 동안 성공하지 못한 것들, 실수한 것들, 실패한 것들을 붙여놓고 늘 보면서 같은 실수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최익성 플랜비디자인·트루체인지연구소 대표
최익성 플랜비디자인·트루체인지연구소 대표

둘째, 피드백 수용과 변화 계획이다. 어떤 행동이나 결과에 대해서 타인에게 피드백을 요청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타인의 피드백을 겸허히 수용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피드백이 없다면 무엇을 잘못했는지 파악할 수 없다. AAR이 자체적인 피드백이라면 피드백 수용은 타인이나 외부(고객, 이해관계자 등)를 통한 피드백을 의미한다.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요청해야 한다. 필자도 이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부족했던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런데 피드백이 잘 수용되지 않았다. 앞에서 말한 것 처럼 잘했다는 과신이 사로잡혀 있는데 수용이 되겠는가? 그 때 우리 구성원의 조언은 '다니엘도 상자 밖으로 나와서 생각해야 합니다.'였다. 그렇다. 피드백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박스 밖의 사고가 필요하다. 피드백 수용 이후에는 변화를 위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무엇은 바꾸고, 무엇을 유지할지에 대한 반영이 없다면 피드백 자체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셋째, 변화 행동을 하는 것이다. 생각을 했다고 해서, 계획을 꼼꼼하게 세웠다고 해서 모든 것이 바뀌는 것이 아니다. 작은 행동 하나가 무언가를 바꾸는 것이다.

이 세 가지 과정을 통해 우리는 실패를 통해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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