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은군이 대추축제 기간임에도 선제적 구제역·AI 방역활동에 돌입한다. 보은 AI 거점소독소. / 보은군<br>

민족명절 설을 앞두고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민족대이동이 시작되는 시점에 구제역이 발생했기 때문인데 하필 수도권의 남쪽 길목인 경기도 안성에서 지난 28일과 29일 연달아 터진 것이다. 더구나 발생 농장이 충북 진천과 지근 거리에 위치한데다 음성·천안과도 멀지 않은 곳이어서 충청권으로의 확산 가능성이 우려된다. 특히 이곳을 방문했던 차량이 충북 곳곳을 다녔고 발생확인 수일전에 보은군의 축산 농장을 들렀던 사실이 확인되면서 충북의 긴장감이 고조된 상황이다.

이에 충북도에서 잠복기를 감안해 해당 농장의 이동제한 조치를 취하고, 진천을 중심으로 우제류 농가에 긴급 백신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발생가능 농장에 대한 임상예찰을 벌이는 등 발빠른 대처에 나섰고, 감염 의심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등 아직까지는 다행스럽게 경고신호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고향방문과 성묘 등 이동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설 명절 연휴를 앞두고 우려스러운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그런 만큼 구제역이 충북으로 확산되지 않게 차단 방역에 소홀함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이번에 구제역이 발생한 농가의 실제 사육두수와 등록 두수가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발생 농장 2곳이 각각 30~40두에 이르는 두수 차이는 방역의 빈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한 확인이 필요하며, 충북으로의 이동 가능성에 주목해야만 한다. 매매를 하고도 이동 신고를 하지 않은 사례가 최근 단속에서도 적발됐다는 점 또한 이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추가 발생 농장이 첫 발생농장에서 11㎞ 넘게 떨어졌다는 것도 걱정이다. 전파 경로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첫 농가 반경 10㎞내에 위치한 충북의 축산농가만 16곳에 이른다.

방역 빈틈에 대한 우려는 또 있다. 이번 안성 발생농가들은 이미 구제역 예방접종을 했는데도 발생을 막지 못했다. 따라서 현재의 백신이 효과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이에 대해 방역당국에서는 "백신이 유효하다"는 설명을 내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바이러스는 2017년 충북 보은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와 가장 유사한 것"이라며 "예방효과가 떨어졌던 것은 백신접종과정이 완전치 않아 면역력이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감염된 개체에 병증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 백신 작용의 증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방역당국의 설명이 맞다고 해도 백신접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 다른 농가들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할 수 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지금이라도 추가 백신접종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에 따라 충북도 방역당국의 역할과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게 됐다. 안성쪽에서 전파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실하게 차단하는 한편 내부적으로도 예방접종이 확실하게 이뤄졌는지 꼼꼼하게 챙겨봐야 할 것이다. 최악의 구제역 피해를 기록했던 2010년 겨울, 전국적으로 소, 돼지 등 348만 마리가 살처분돼 피해액만 2조7천억원을 넘었던 아픔을 잊어서는 안된다. 즐거워야 할 설 명절이 악몽이 되지 않도록 보다 철저한 대처를 주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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