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 빚을 땐 친정식구 '눈앞에 아른'

장효교씨가 중국 명절 춘절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장씨는 청주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이중언어코치로 일하고 있다 / 이규영
장효교씨가 중국 명절 춘절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장씨는 청주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이중언어코치로 일하고 있다. / 이규영

[중부매일 이규영 기자] "명절 만두를 빚을 때마다 가족 생각이 많이 나요. 얼굴을 보지 못한 지도 벌써 4년째입니다."

한국 남성과 결혼한 후 중국 헤이룽장성에서 청주로 시집 온 한족 장효교(36·청주건강가정 다문화지원센터 이중언어 코치)씨.

한국에서 4번째 설을 맞는 장씨는 친정식구들의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올해는 가족들을 한국으로 초대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비자신청에 문제가 생겨틀어져 버렸다. 

장씨는 "가족은 늦게라도 오고싶어 했지만 중국 춘절 연휴와는 다르게 한국의 연휴는 짧아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두 아이를 낳고 한국으로 터전을 이전한 장씨는 무척이나 바쁜 삶을 살았다.

한국어가 익숙치 않아 문화에 적응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한국의 컴퓨터 관련 회사에서 중국지사로 파견돼 중국어가 능숙했던 남편과는 줄곧 본토 언어로 대화했기 때문에 한국어를 따로 공부하지 않았다. 

장씨는 "뒤늦게 시작한 공부에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바쁘게만 살았다"고 회상했다.

그런 장씨에게 올해 설날은 아쉬움만 가득하다. 

그는 "올해도 명절을 준비하기 위해 마트를 찾았지만 평소와 별반다를게 없는 모습이라 섭섭했다"며 "중국은 춘절 일주일 전부터 매장이 붉은색과 황금색으로 도배돼 '아, 춘절이 왔구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춘절은 중국 명절 중 가장 크게 치러진다. 

민족 대이동 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고향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대형마트에는 액운을 쫓거나 안녕을 기원하는 부적들과 만두 속재료나 잉어 등 명절 요리 재료들이 넘친다.

이번 설에도 장씨는 시부모와 함께 만두를 빚을 예정이다. 

고기와 김치 속으로 만들어진 한국식 만두다. 

가족끼리 모여 만두를 빚어낼 때 장씨는 친정이 특히나 그립다. 

중국에서는 춘절 전날인 제석(추시)에 만두를 빚어 자정이 되면 가족과 함께 먹었다. 

장씨는 "자정이 되면 사방에서 폭죽도 터진다"며 "옆사람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시끄럽지만 함께 즐기는 명절행사라 무척 즐겁다. 축제를 즐기는 기분"이라고 회상하며 즐거워했다.

장씨는 중국이 그리워지는 마음이 들때 마다 그는 함께 공부해왔던 다문화친구들을 찾아 모임을 가진다. 

중국음식 전문식당에서 기름기도 많고 향신료도 아낌없이 들어간 음식을 먹고 한바탕 수다를 떨면서 장씨는 마음에 쌓인 아쉬움을 털어낸다.

장씨는 "한국에서의 생활도 많이 익숙해졌다. 청주 건강가정 다문화지원센터를 통해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고 나와같은 상황인 결혼이주여성을 돕는 일에도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내년 설에는 친정 식구들과 재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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