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창석 공주문화원장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드리고, 새로 사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

우리가 어린 시절에 설날이 가까워지면 불렀던 귀에 익숙한 동요다.

이 동요는 암울했던 일제의 식민지 시대인 1924년 경 '반달'로 유명한 동요작가 윤극영 선생이 작사, 작곡한 노래다.

일제는 한국의 말과 글은 물론 전통까지 말살하려는 식민정책을 실시하였고 그 중 하나가 우리가 전통적으로 이어왔던 '설'을 없애고 양력 1월 1일, 자기네 나라의 설을 우리나라 공식 설로 만든 것이다.

그런 폭압 속에서도 우리는 은근히 우리의 것을 지키려는 노력을 해온 것이다. 어린아이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까치 설날'은 일본의 설날을 말함이요, '우리 설날'은 우리 고유의 명절인 '설'을 말함이다.

해방이 되고도 우리는 바로 우리의 명절을 찾지 못했다.

80년대 민주화의 바람이 성공하고 자랑스러운 '88올림픽'이 끝난 이듬해 1989년 정부에서 공식 '설'로 3일간의 공휴일로 정한 것이다. 그 때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얼마나 흐믓하고 행복하였는지 모른다.

이러한 우여곡절로 되찾은 우리 민족의 명절이 '설'이고 이런 설날을 우리는 의미 있고 보람 있는 날로 보내지 않으면 안 되겠다.

명절 기간 중 TV의 교통 흐름을 보면 설 전날 귀성 차량이 집중되고 그 다음 설 오후부터 귀경 차량이 몰리는 것으로 방송이 된다.

무엇이 그리 급하여 고향에 달랑 하루 아니 엄밀히 말하면 24시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을 고향에 왔다가 훌쩍 떠나는지 평생 고향을 지킨 나로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모처럼 내려온 고향에서 조상들 산소도 돌아보고, 가족 친척 간에 세배도 하고 덕담도 나누며 그동안 못다 한 회포를 풀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또 그동안 못 만났던 동네 친구들도 만나고 서로 소주라도 한잔씩 나누며 지난날을 회상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상기하는 것이 사람 사는 즐거움이 아닐까?

이번 기회에 주장하고 싶은 것이 있다.

도시에 돌아가서 아파트의 이웃 어른께 어린 아이들을 세배시키는 풍습이 정착되었으면 한다.

아파트 내에서 층간 소음으로 심한 갈등이 나는 현 사회의 풍토를 개선하고 이웃 간의 정을 돈독하게 할 수 있는 자연스런 기회가 이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 어렸을 적 설날에는 동네 한 바퀴를 돌며 세배를 다니는 것이 너무 당연시되었다.

부잣집에서는 세배 돈을 주지만 가난한 집에서는 겨우 과자 한 개, 사과 한쪽으로 때우는 집도 많았다.

최창석 공주문화원장
최창석 공주문화원장

그래도 서운해 하지 않고 명절 때면 꼬박꼬박 가난한 집이나 부잣집이나 똑 같이 인사를 다녔고 그게 마냥 뿌듯하고 행복했다.

그동안 서먹서먹하고 사이좋지 않았던 아파트간의 위층, 아래층, 옆 층의 이웃들이 설날이라는 좋은 분위기에서 서로 인사를 다니고 아이, 어른이 화목한 분위기를 만듬으로서 팍팍한 도시의 인심을 훈훈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올해가 3.1 만세 운동 100주년의 해이고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의 해이다.

이런 의미 있는 해에 80여년 만에 어렵게 되찾은 민족의 명절 '설'을 뜻있게 보냄으로 문화 민족의 긍지를 높여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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