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조운행 홍성경찰서 오관지구대 경위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 과정에서 맺은 인연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그중 특별한 사람과 맺은 각별한 인연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훌륭한 나침반이 되기도 한다.

8년 전 우연히 시작한 '충남지역 시설아동 동계 극기 훈련'이 나에게는 나침반과 같은 소중한 인연이다.

자원봉사자 모집이 어렵다는 하소연에 흔쾌히 하겠다고는 했지만 사실 처음에는 우려가 더 컸다. 직업 특성상 많은 청소년 범죄와 마주한 탓에 불우한 환경에 있는 아이들이라 문제가 많지는 않을까하는 선입견을 가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이들의 상당수는 어린 나이에 견디기 어려운 충격을 받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같은 또래들이 가지고 있는 화목한 가정이나 부모의 부재는 엄청난 스트레스로 작용, 아이들의 심리상태에 압박을 가한다.

하지만 산에서 만난 아이들은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인생 선배로서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는 아이들에게 뭔가 긍정적인 조언을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무색할 정도로 심리적·육체적으로 밝고, 건강한 태도는 도리어 내가 너무 안일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반성을 하게할 정도였다.

조운행 홍성경찰서 오관지구대 경위
조운행 홍성경찰서 오관지구대 경위

초등부터 고등학생까지 100여명이 넘는 아이들이 참가하는 이 행사는 2박3일 동안 50㎞를 주파하는, 말 그대로 극기 훈련이다. 이런 강행군에 아이들은 울어가면서도 꿋꿋하게 완주하는 강인한 정신력도 보여줬다.

여러 사정으로 인해 규모는 축소됐지만 매년 백두대간을 아이들과 함께 도전하면서 많은 것을 배워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전산악구조대 대원들이 동참한 결과, 극기 훈련에 참가한 아이들 중에 전문산악인이 여러 명 탄생하는 쾌거도 만들어냈다. 이렇듯 따뜻한 관심은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을 만들어준다. 새해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미래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는 시설아동들에게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우리가 어떤 길을 안내하느냐에 따라 이들의 미래는 훨씬 더 빛날 수 있다. 올해도 이들과 함께할 산행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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