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유재풍 변호사

어! 하다 보니 어느새 2월이다. 어찌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는가.

준비 없이 맞은 새해. 한해 마감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연말을 맞았고, 새해라고 별다른 목표수립은 커녕, 오히려 지난해 마치지 못한 것들 정리하느라고 뒤숭숭한 마음으로 첫 주를 보냈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말을 하는 이들도 많지만, 작심한 것이 없으니 삼일 후에 풀어질 일이 아예 없었다. 영어로 'as usual', 늘 그렇듯이 매일을 지내왔다. 주일이면 교회 가고, 평일에는 일주일에 서너 번 법정에 나가고, 주말에는 산과 스키장을 오가며 지냈다. 신세진 분들 중 연말에 만나지 못한 몇 분과 점심을 나누고, 두껍지 않은 책 서너 권 읽고, 올해 2회독을 목표로 성경읽기를 시작하며, 성경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작년에 사두었던 그리스어 공부 책을 꺼내 알파벳쓰기를 조금 하다 보니, 1월이 훌쩍 떠나버렸다.

특별한 계획도 세우지 못한 채 한 달을 보내는 중에도 별 볼일 없는 나를 찾아 상담과 도움을 구한 분들에게 감사한다. 내담자(來談者) 중 몇 분에게는 돈 들여서 변호사 선임을 하지 말라고 말리기도 했다. 어찌됐건 전문가로서 나를 인정해 주는 분들이 있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내 존재 이유가 법률을 도구로 하여 다른 이들을 섬기는 것이고, 그동안 배우고 익힌 것들을 다른 이들과 나누는 것일진대, 도움을 요청하는 이들이 있는 것은 소득의 유무나 다과를 막론하고 감사하지 않은가. 그래서 저들을 잘 섬기고 더 많은 것들을 다른 이들과 나누자고 늘 다짐한다. 그렇지만 이를 위해 확실한 목표설정과 실천계획도 없이 어영부영 한 달을 지내온 게 맘에 걸리고 불안하게 만든다.

때마침, 작년에 사놨다가 오늘 아침 읽어본 모지스 할머니의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라는 책이 속을 울린다. 거의 100년 전인 1860년에 미국 뉴욕 주의 이글 브리지라는 농촌에서 태어난 할머니는, 10명 자녀 중 5명을 성장시키고 평생을 젖소 키우는 남편을 도와 버터, 양초, 설탕 등을 만들어 살림에 보태며 열심히 살았다. 그리고 남편과 사별한 뒤 76세부터 자신이 살아온 동네와 삶에 대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우연히 수집가의 눈에 띄어 그림이 알려지기 시작해 88세에 '올해의 젊은 여성'으로 선정되고, 93세에 '타임'의 표지모델이 되며, 101세까지 살면서 1천600여 점의 작품을 남겨 전 세계에서 전시되는 한편, 케네디 대통령에 의해 '미국인의 삶에서 가장 사랑받는 인물'로 칭송되기도 했다.

유재풍 변호사
유재풍 변호사

그분은 말한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하나님이 기뻐하시며 성공의 문을 열어주실 겁니다. 당신이 이미 80이라 하더라도요." 그러면서 만약 그림을 안 그렸다면 아마 닭을 키웠을 것이고, 절대로 남의 도움을 기다리지 않았을 것이며, 그림으로 큰돈을 벌 생각도 안했고, 늘그막에 찾아온 유명세나 언론의 관심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내게 이미 늦었다고 말하곤 했어요. 하지만 지금이 가장 고마워해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무엇인가를 진정으로 꿈꾸는 사람에겐 바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젊은 때이거든요. 시작하기에 딱 좋은 때 말이에요."

아직 늦지 않았다. 특별한 목표설정이나 실행계획 없이 1월을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2월부터 하면 된다. 마침 2월이 음력으로 정월 아닌가. 하나하나 계획을 세워 실천해 나가자. 그리고 섬기고 나누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 이제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다. 자신이 무엇인가를 깨달았을 때, 그때 시작하면 된다. 모지스 할머니 말씀대로 바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젊은 때이며, 톨스토이의 소설 '세 가지 질문'에 나오는 말처럼,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바로 지금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나와 함께 하는 사람이며,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그 사람을 잘 섬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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