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북도는 올해 설 연휴기간 고속·시외버스에 대해 15개 노선 180회 증편 운행한다. 사진은 설명절 청주시외버스터미널 귀경 모습.  / 중부매일DB
충북도는 올해 설 연휴기간 고속·시외버스에 대해 15개 노선 180회 증편 운행한다. 사진은 지난해 설명절 청주시외버스터미널 귀경 모습.  본 사진은 칼럼과 관련이 없습니다. / 중부매일DB

내일부터 설 연휴가 시작된다. 매번 명절때마다 되풀이 되지만 이번 설 연휴를 맞아 특별히 정치권에 민심을 바로 살펴보라는 주문을 하고자 한다. 그 만큼 작금의 상황이 엄중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오늘 대한민국의 위치는 혼돈의 입구에 서 있다고 보면 된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국제정세 속에서 남북관계 진전은 기대에 못미치고, 갈수록 짙어지는 세계경제의 위기감은 일자리와 저성장에 발목잡힌 우리 경제를 더더욱 짓누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한민국의 방향타를 잡아야 할 정치권은 갈등과 반목, 독선과 아집으로 헛발질만 거듭하고 있다.

경제를 비롯해 남북관계,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에 이르기까지 당면한 과제들의 일차적 책임은 당연히 현 정부와 집권여당에 있다. 하지만 숱한 과제가 산적해있는 만큼 이의 해결에 앞장서야 할 정부와 여권에서는 할 이렇다할 의지나 노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발등의 불인 현안도 야당과 협치는 물론 협상테이블조차 준비하지 못하는 등 정치력의 한계마저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국정을 주도해야 할 여권이 무기력, 무책임한 모습으로 일관하자 현 정권에 대한 지지도가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등 국민들의 허탈과 불신만 커지고 있다.

이같은 외부적 대처를 위해 여권이 하나로 뭉쳐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정권 내부는 자체적인 문제에도 손을 대지 못하는 등 통제불능 상황이나 다름없다. 여권내에서 특별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손혜원 국회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 제기와 김경수 경남지사의 법정구속 등 상식적인 수준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끊이질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지경에 이르렀지만 여당내에서 조차 아무런 대책도, 목소리도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잇단 돌발변수에 치이면서 시국에 떠밀려 흘러가는 모양새만 연출하고 있는 것이 현 정권의 현실이다.

여권이 '죽을 쑤고' 있지만 그렇다고 야권이 반사이익을 얻는 것도 아니다. 그만큼 야당들도 제 몫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해묵은 친박-비박 진영 다툼을 재연하고 있으며, 당이 중심을 잡지 못하면서 당권·대권 주자 등 중진들이 대거 나서 벌떼처럼 자기 목소리를 높이는데만 열을 올리고 있다. 다른 군소 야당들은 국민들의 공감과는 관계없이, 자신들의 밥그릇과 직결된 '연동형 비례대표제'만을 줄기차게 외치고 있다. 정치권 어디에서도 국정 과제에 대해, 현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려는 자세는 찾아볼 수조차 없다.

집권 3년차에 들어가는 문재인 정부는 이제 사회 곳곳에 벌여놓은 '적폐청산'의 마무리를 시작하고, 예견되는 남북관계 변화에 따른 국내 준비를 서둘러야 할 시점을 맞고 있다. 내일을 위한 과제에는 손도 못대고, 돌발 현안에 끌려다녀서는 국정운영이 제대로 될 수가 없다. 지금까지 한 지적들은 설을 맞아 지역구를 찾을 국회의원 등 정치권이 들을 수 있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매번 듣고도 잊어버리기 일쑤인 이들인 만큼 이번엔 반복학습이 필요할 것 같다. 설 민심을 귀 기울여 듣고, 바로 살펴볼 것을 거듭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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