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박행화 옥천여자중학교

박행화 옥천여자중학교 수석교사

풍경 1.

오늘 아침 갑자기 교장선생님께서 함께 상의하자고 여러 부장선생님들을 불러 모았다. 2019년 학생회장 출마자가 '학교 내 와이파이 공유기 설치'를 공약으로 내걸고 싶은데 학교에서 설치 가능하냐고 교장실에 찾아와서 물어봤다는 것이다. 교장선생님은 선생님들과 상의해보고 답해주겠다고 했으니 함께 상의하고 자 한 것이다.

풍경 2.

어느 날 책상에 놓인 한 편지의 내용 "옥천여중의 최고의 선생님께!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는 3학년이 되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학교보다 더 좋은 학교가 있을까?'하는 생각을 끊임없이 해왔어요. 너무도 즐거운 학교생활과 재밌고 유쾌하신 선생님들이 있는 옥천여중은 제 인생에서 절대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 잡았어요.(중략) 선생님! 3년 동안 감사했습니다. 제 기억 속에 선생님은 최고의 선생님입니다. 사랑합니다!"이다.

정성들인 손 편지도 새로웠지만, 편지내용에 감동한 선생님은 '내가 이렇게 훌륭한 교사였다니, 내가 노력한 진심이 아이들에게 전해졌구나!'하며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그 편지는 기술·가정선생님이 학년 말 맺음의 일환으로 학교선생님께 감사의 편지를 쓰자고 한 것이고, 편지는 특정한 선생님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학교 모든 선생님에게 정을 나누는 기회를 갖자고 하셨던 것이다. 즉 편지는 랜덤이었던 것이다. 나를 위해 쓴 것이 아니고 전체의 선생님께 쓴 것이라는 것은 안 선생님은 '나한테 보낸 것이 아니었어?' 하시며 급 실망을 하시었다. 곁에서 또 다른 편지를 받은 선생님들이 이구동성으로 편지의 내용에 찬사를 보내자 선생님은 "우리 아이들이 우리 모두에게 이런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는 것 자체가 우리가 신뢰 속에 교육을 하고 있다는 것 아니겠어?, 그만큼 옥천여중의 공동체가 견고한 믿음 속에 있다는 것 아니겠냐?" 하시며 자신의 찰나의 속 좁음을 부끄러워 하셨다.

풍경 3.

행복씨앗학교 2.0 재지정을 위해 교직원이 모여 혁신학교 4년간의 교육활동을 평가하는 자리를 가졌다. 교사는 물론이고, 교무실무사, 행정실 직원이 모여 분임토의를 하며 의견을 종합하는 자리였다.

'나에게 행복씨앗학교는 무엇인가?'라는 나눔의 자리에 실무사님은 "행복씨앗학교의 4년은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다. 일의 난이도와 중요성이 높아져 쉽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복사업무나 전화응대 등의 단순 업무를 했던 것보다 훨씬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어 좋았고, 학교일원으로서의 자존감과 성취감을 갖게 되었다. 또한 우리 아이가 이런 학교에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소회를 말하였다.

행복씨앗학교에서의 실무사님의 역할을 막중하다. 교사들이 수업에 더 전념할 수 있도록 일과며 공문처리 등의 행정업무를 처리해주시고 있기에 교사가 학생지도와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있다.

또한 올해에 부임한 선생님은 '나에게 행복씨앗학교란?' 이란 질문에 "음…. 셋째 아이! 체력은 딸리는데 너무나 예쁜 셋째아이!"라고 해서 모두들 "맞다. 맞아!" 하며 셋째 아이에 공감하여 웃은 일이 있다.

풍경 4.

우리 학교의 살림을 도맡아 주시는 주무관님의 정년퇴임 소식에 서운한 마음을 나누던 샘들의 이야기의 결론은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였다. 퇴임식의 현수막을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로 걸었고, 퇴임식에서 샘들은 '사랑의 쪽지' 이벤트를 열었다. 그 중의 쪽지 내용의 하나, '항상 늘 친절하셔서 학교생활이 즐거웠다면 믿으실라나? 앞으로 이러한 친절함은 못 만나겠지요? 여느 학교에서 볼 수 없었던 행정실의 친절함! 늘 감사했습니다. 건강하세요!'였다.

옥천여중의 풍경스케치는 '학생·교직원·관리자와 막힘없는 의사소통,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들을 볼 수 있다.

고군분투의 행복씨앗학교의 4년! '삶에 희망이 있다는 말은 앞으로는 좋은 일 만 있을 것이라는 뜻이 아니라, 우리의 지난 시간이 헛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라는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옥천여중 행복씨앗학교의 4년의 도전 결과는, 우리의 지난 시간들의 헛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미래는 알 수 없기에 두려운 것이고, 변화란 감당하기 어려운 도전이기에 우리의 헤맴은 계속되겠지만, 함께 하려는 공동체의식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는 물음과 실천을 할 것이고, 이러한 도전은 행복씨앗학교 2.0으로 더 나은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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