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이야기] 홍민혜 충북교육과학연구원 교사

가족, 친지들과의 만남, 여행으로 설레고 분주했던 지난 설, 연신 뉴스에 올라온 기사는 홍역, 구제역,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독감 등 전염병 발생 주의 당부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된다는 것이다. 바이러스성 감염이라고 하면 높은 치사율과 백신도 치료제도 없어 우리를 공포에 휩싸이게 하는 에볼라,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가 먼저 떠오른다. 또한 우리 몸에 살고 있으면서 면역력이 떨어지면 입술 주변에 포진이 생기는 헤르페스도 빼 놓을 수 없다. 감기 역시 흔하디흔한 것인데 최첨단을 걷는 현대의학으로도 박멸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이러스성 감염이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라는 단어는 라틴어의 '독약'에서 유래된 말이다. 바이러스는 숙주세포를 떠나서는 스스로 증식할 수도, 대사활동을 수행할 수도 없다. 바이러스가 살아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생명체와 화학물질 사이의 경계면에 존재하며 생명을 빌려서 살아가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캠벨 생명과학)

바이러스는 완전한 생물이 아니기 때문에 혼자서는 자손을 만들 수 없다. 그럼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어떤 전략을 세웠을까? 다른 생물의 세포에 들어가 자신의 유전정보를 그 세포가 복제하도록 만든다. 그야말로 유전적 통제권을 빼앗아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세포의 기구를 활용하여 새로운 바이러스를 대량 증식하고 쉽게 돌연변이를 일으켜 다양한 변종이 순식간에 전파되는 것이다.

올 겨울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홍역은 홍역 바이러스(Measles virus) 감염에 의한 급성 발열성 발진성 질환으로 백신의 개발 이후 선진국에서는 그 발생이 현저히 줄었다. 그러나 개발도상국가에서는 아직도 흔히 발생하며, 특히 소아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주요한 질병으로 남아 있다.(국가건강정보포털 의학정보) 질병관리본부에 의하면 최근 홍역 발생지역 여행자 중 홍역에 감염돼 국내에서 소규모 유행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활발한 인적 물적 국제교류와 지구온난화로 신종전염병 출현과 급속한 확산 위험이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지고 있다.

21세기에 출현했던 바이러스성 감염 질환을 보면 2003년 홍콩에서 시작되어 299명의 사망자를 낸 '사스', 2009년 '신종플루(H1N1)', 2013년 사스의 변종이 만들어낸 '제2의 사스'가 있었고, 2015년 중동의 박쥐나 낙타에서 유래되어 인간에게 감염, 전파된 중동호흡기 증후군인 '메르스', 2016년 숲모기를 매개체로 신생아 소두증을 유발하는 '지카 바이러스', 그리고 인간을 공격하는 '조류독감' 등이 있었다. 이러한 공포로부터 우리가 자유롭지 못한 이유로는 모든 바이러스가 어떻게 진화할지 예측하기 어려워 예방차원의 백신을 만들기 어렵다는 점, 치료제를 만들어도 끊임없이 변종이 생겨 신약개발이 어렵다는 점, 마지막으로 교통수단의 발달로 전 세계를 향해 빠르게 확산된다는 점이 있다. 그래서 신종바이러스가 출현하면 인간은 언제나 뒤따라가기 급급하고 희생이 따르는 과정을 수없이 거쳐나가야 하는 암울한 미래를 마주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간은 매번 재난을 통해 교훈을 얻고 변화를 강행한다. 개인적으로는 손을 자주 씻고, 기침예절을 준수하고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 등 공중위생에 더욱 신경 쓰도록 인간의 생활을 바꾸었다. 사회적으로는 공항이나 항만에서 검역을 강화하고, 보건당국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지속적으로 하도록 사회를 바꾸었고, 백신 접종 문화를 만들었다.

게다가 남미를 정복하기 위해 온 스페인 군사 중 천연두 발병 군사로부터 원주민들이 전염되어 남미 아즈텍 문명과 잉카문명이 붕괴되었고, 미국은 천연두를 전염시켜 인디언들을 멸망시켰다. 이렇듯 외부세계와 교류하지 않고 살던 원주민 영토에 이방인이 섣부르게 들어간다면 원주민들은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체계의 부재로 멸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호기심 많고 강한 모험심으로 지구를 정복한 인간은 스스로 가장 강하다고 착각하고 있는 사이에 보이지 않을 만큼 아주 작은 바이러스는 바로 당신을, 그 어리석은 인간을 향해 방심하지 않도록 속삭이며 전쟁을 걸어오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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