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안창호 한국교통대 창업중점교수

설 명절 대목을 맞아 유통업계의 희비가 엇갈렸다. 전통시장은 "명절 특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한산했던 반면, 백화점에서는 100만원을 호가하는 선물 세트가 연일 매진이었다고 한다.

현대백화점이 올해 설 선물세트 판매를 분석한 결과, 전년대비 52.3% 신장, 신세계 또한 46%가 증가했다. 올 설도 "시장은 울고, 백화점은 웃고 있다"는 말이 괜한 소리가 아니다.

소비 양극화가 명절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서 금융자산 10억 이상인 고객 99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발표했다. 조사대상 고소득자의 월평균 가계지출은 1천266만원인 것으로 나타나 통계청이 조사한 일반가계 지출액 332만원보다 3.7배가 높았다.

저성장에도 고소득층의 씀씀이가 이렇게 높은 이유는 '소비성향'이 고소득층은 30% 대인 것에 반해, 일반가계는 70% 대로 소득대비 소비가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소비의 양극화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고착화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제 부의 불평등은 세계 문제가 됐다.

지난 20일 국제 구호개발기구 옥스팸((oxfam)은 '억만(한화 약 1천120억)장자 재산 증가율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세계 최고 부자 26명이 가지고 있는 부(富)는 지구 인류의 절반이 가진 돈과 비슷하다"라고 밝히며, "전 세계 억만장자 총합은 하루에 25억달러(2조8천200억원), 연간 9천억달러(1천15조원)를 벌고 있다"라고 전했다. 반면 전 세계 절반인 38억명의 총 재산은 1조 3천700억 달러(한화 약 1천528조 원)로 전년보다 오히려 11% 가량 줄었다.

문제는 전 세계 평균 세수 1달러당 억만장자가 내는 세금이 4센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소득세율은 1970년대 62%에서 2013년에 38%까지 줄었으며, 브라질은 소득 하위 10%가 상위 10%보다 더 높은 세율을 적용 받고 있다.

지난 25일 폐막한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WEF, 다보스포럼)에서도 "불평등 심화가 대중의 분노를 야기하면서 세계 경제가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경고했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economy, stupid)"

1992년 미국 대선에서 한 때 지지율 90%까지 치솟았던 아버지 부시를 누르고 당선된 빌 클린턴의 슬로건이다. 25년이 지난 오늘날도 경제문제는 우리 모두의 관심사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불평등한 경제'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한국리서치의 '우리나라 부의 불평등이 어느 정도로 인가?'라는 설문에 응답자의 47.9%가 심각, 27.2%는 매우심각 하다고 말했다.

또한 '상위계층으로 진입이 가능하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월 700만원 이상인 가구는 36%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월 200만원 이하의 가구는 14%만이 동의했다.

안창호 한국교통대 창업중점 교수.
안창호 한국교통대 창업중점 교수.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에는 불환빈 환불균(不患貧 患不均)이라는 말이 있다. 백성은 가난함을 걱정하기보다는 불공평함에 분노 한다'는 말이다. 편법으로 인한 부의 대물림,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격차, 대기업의 갑질 문화가 계속 지속 된다면 국민들은 또다시 촛불을 들게 될 것이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국가전략'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이른바 미국의 '광란의 20년대(The Roaring Twenties)' 워런 하딩과 캘빈 쿨리지 대통령의 부자감세, 작은정부, 규제완화, 친기업, 반노조 정책은 끔직하다. 빈익빈 부익부가 극에 달하고, 생산의 자동화로 인한 실업문제가 극에 달했던 1929년 10월 24일, 미국은 '검은 목요일'을 시작으로 대공항을 맞이했다.

지금 우리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빌 클린턴의 구호는 25년이 지난 오늘 날 다시 우리 귀에 속삭이고 있다. "바보야, 문제는 불평등한 경제야(It's unequal economy, stup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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