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7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여야 원내대표가 현안 논의와 관련해 회동하기에 앞서 얘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 연합뉴스
7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여야 원내대표가 현안 논의와 관련해 회동하기에 앞서 얘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 연합뉴스

민족명절 설 연휴를 통해 드러난 민심은 바닥에 머물고 있는 서민경제에 대한 우려와 근심으로 정리할 수 있다. 여야를 떠나 설을 맞아 지역구를 찾았던 국회의원들이 전하는 첫번째 민심도 서민경제 살리기로 집약된다. 경기가 많이 어렵다는, 특히 서민들의 주머니가 갈수록 가벼워지고 있다는 비판이 봇물처럼 쏟아졌다는 게 이들의 한결같은 전언이다. 충청권 민심이라고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고 보면 경제와 관련해 올 설 민심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을 요구했던 언론의 지적이 괜한 어깃장은 아니었던 것 같다.

심지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인들이 앞으로 더 나아질 기미가 별로 없다는 절망감과 상실감에 사로잡혀있다. 앞으로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컸다"며 최악의 지경에 이른 경제민심을 전하는 목소리가 있을 정도였다. 이같은 목소리를 비롯해 현 경제상황에 대한 비판의 수준은 물론 여당보다는 야당이 거셌다. 하지만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전하는 설 민심도 방향면에서 서민경제에 대한 위기의식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만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당장 해법이 필요한 우리경제의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이같은 설 민심 진단에 대해서는 누구나 할 것 없이 공감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문제는 집권세력으로 현안 과제를 푸는데 앞장서야 할 여당 의원도, 서민경제의 심각성을 적나라하게 전달하는 야당 의원들도 진단만 있지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해결의지를 찾아보기도 어려운 것이 지금의 여의도 사정이다. 당장 2월 임시국회를 열어 민생법안을 처리해야 할 상황이지만 여야간 의사일정 논의는 커녕 서로 대립각을 세우며 상대방 헐뜯기에만 혈안이다. 향후 전망도 그다지 신통치 않은 수준이다.

서민경제가 '발등의 불'인 상황이지만 여당은 여당대로 자유한국당이 당권경쟁에 몰두하며 임시국회를 보이콧하고 있다고 화살을 돌리고, 야당은 '김태우 폭로', '손혜원 투기 의혹',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 임명 등을 물고늘어지며 여당을 압박하는 전술로 맞대응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정국경색의 중심에 서 있는 한국당 전당대회가 북한과 미국간 제2차 정상회담으로 인해 연기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당분간 어수선하기만 한 정국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혼란속에 설 민심의 뜨거운 열기는 사라졌고 '서민경제 위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결국 여의도에만 가면 민심이 불통되는 사례가 또 반복되고 있는 것인데 그 사이 대표적인 자영업종인 식당과 술집의 지난해 매출이 8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연초부터 각종 먹거리 관련 생필품 물가가 들먹거리고 있다. 한마디로 경기침체와 고용·소득 감소로 인해 무너지기 일보직전인 서민경제에 또다른 경고 신호가 잇따라 켜지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 앞에서는 경제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뒤로는 당리당략에 매여 제대로 살펴볼 생각도 않는 선량(選良)들에게 대책이 있을리 없겠지만, 대책이 있느냐고 재차 묻는 것은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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