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옛부터 명절 때만 되면 어른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계속 많이 먹으란다. 애정 어린 마음에 더 차린 음식들이겠지만 아쉽게도 이는 곧 골칫거리를 낳는다. 명절이면 음식물쓰레기가 늘기 마련이다. 그래서 각 지자체는 명절 전후만 되면 음식물쓰레기 문제로 온통 난리다.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낭비되는 명절음식을 실제 먹는 만큼만 해 스스로 노력하는 것 아닐까. 환경부의 몇년간 통계에 따르면 명절의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은 평소보다 20%가량 많다고 한다.

최근 명절 차례상 차림을 간소화하거나 지내지 않는 경우도 늘고 있다. 과거 '홍동백서'나 '조율시이' 등의 '법칙'이 근거도 희박할뿐더러 과소비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옛 문헌에도 이 같은 차림법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전부터 성균관에서는 "차례라는 말 자체가 기본적인 음식으로 간소하게 예를 표한다는 의미"라며 "함께 모여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는 것이 명절의 본질"이라고 피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들어 명절 음식을 한 곳에서 모두가 함께 준비하던 과거와 달리 품앗이하듯 음식을 각자 챙겨와 나누는 가정이 늘고 있다. 시대에 따라 명절 풍경이 바뀌는 현실이다. 이는 무엇보다 여성들의 명절 증후군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된다. 과거와 달리 차례상이 크게 간소화된데다 일부 가정에선 완제품이나 간편식으로 차리는 등 전통보단 실용성을 추구하는 가정이 늘었기 때문이다.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br>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현대사회에서 의례의 간소화, 전반적인 키워드는 이제 어제의 일이 아니다. 집안의 어른들이 전통을 이어나갈 새로운 사람을 들이기 위한 절차를 서두르고 있지만 환경과 절차를 현실에 맞게 바꾸었고, 형식과 절차도 간소화시켜야 할 것이다. 나홀로 가족이 급속히 증가 되면서, 점점 집안의 중심이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명절 음식물쓰레기 줄이기로 전통의 정성어린 마음은 잊지말고 낭비줄이기를 실천해 보자. 그 방법들이 당장은 귀찮게 느껴지더라도, 우리 사회와 가정의 이익은 물론 이웃에게도 도움을 주기에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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