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홍양희 충북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막대한 국가예산과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대형 프로젝트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사업 발표를 두고 의견이 뜨겁다. 사회간접자본(SOC)사업 외에 지역전략산업육성이 포함되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할 수 있음에도, 여타 사업에 묻혀 소외되고 있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기업과 일자리, R&D 투자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불균형 성장이 심화되고 국가경제 활력이 저하되는 상황에서, 지역의 향토자원을 특성화하고 관련 산업기술의 성장발전을 지원하는 전략산업육성사업에 지역기업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 전략산업은 제조업 중심의 비수도권 성장을 주도하였고, 여타 산업에 비해 높은 성장을 달성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도 환영할만 하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6년간 1조9천억원 규모의 전략산업육성사업은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시·도의 지역특화 융복합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하여 중소기업에 기술을 상용화 할 수 있는 R&D를 지원하는 것으로, 제조와 정보통신기술(ICT), 제조와 서비스를 결합하는 융복합 산업을 지자체 주도로 선정하여 R&D자금을 적게는 2년간 3~5억원, 많게는 2년간 6억원을 지원하게 된다.

R&D에 대한 투자, R&D결과 사업화, 사업화 수익의 R&D 재투자, 그리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지역의 산업기술과 기업이 혁신성장하는 국가균형발전 선순환 생태계가 조성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첫째, 선택과 집중으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충북은 바이오, 에너지신산업, 지능형반도체를 테마로 혁신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신산업은 충남을 비롯하여 광주, 전남, 울산, 제주 등이 유사하고, 바이오 또한 대전, 충남, 대구 등과 유사중복성이 있어 차별적이고 선제적 육성은 물론, 광역단위의 연계전략 모색도 요청된다. 더불어 국가혁신클러스터육성, 바이오헬스 혁신·융합벨트 구축, K-뷰티 허브구축, ICT융복합 활성화기반 구축사업과 연계해야 하며, 또한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비R&D사업들을 스크럼 방식으로 지원해 성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둘째, 밀도 높은 산학연 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융복합 R&D를 위해서는 다른 기업이나 연구소와 공동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개별 기업에서는 기술을 공개하고 공유하는 것에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신뢰를 기반으로 소통을 담보하고 명확한 역할분담과 함께 성과를 함께하는 체계가 확립되어야 한다. 지역 대학과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역할을 강화하여 대학에서는 도전적인 혁신인재를 양성하고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역 소재 정부출연연(분원)이 국가R&D 뿐만 아니라 지역R&D도 수행할 수 있도록 자율성이 부여되어야 한다.

홍양희 충북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홍양희 충북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마지막으로, 기술이전 및 거래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많은 R&D들의 결과물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창고 속에 쌓이는 것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 미래유망 제품의 기술적인 문제점을 탐색하고 해결하기 위한 맞춤형 R&D가 필요하며, 그 결과물이 시장으로 연결되는 '랩 투 마켓(Lab to Market)'이 중요하다. R&D를 했으니 사업화까지 일궈내겠다는 연구개발자의 과욕에서 오는 사업화 실패사례가 빈번한 현실에서 기술이전 및 거래의 활성화가 그 해답이 될 수 있겠다.

십여년 전 개봉한 영화 '너는 내운명'의 남우주연상 수상때 나온 '밥상' 소감이 아직도 기분 좋게 기억된다. 좋은 기회와 인연, 그리고 좋은 환경에서 연기할 수 있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진정성 있는 소감이었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한 대형 프로젝트가 운명처럼 다가왔다. 잘 차려진 기회를 이제부터는 어떻게 꼭꼭 씹어서 우리에게 피와 살이 되도록 잘 소화시켜야 할 것인지 신중하게 준비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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