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제역 추가발생9일 보은군 탄부면 구암리의 한 한우 농장(맨오른쪽)에서 구제역이 추가로 발생했다. 방역관계자들이 마을입구에서 출입차량에게 방역을 실시하고(왼쪽) 구제역 발생 농장주변에는 통제소를 설치하고 출입을 막고 있다. /김용수
구제역 추가발생9일 보은군 탄부면 구암리의 한 한우 농장(맨오른쪽)에서 구제역이 추가로 발생했다. 방역관계자들이 마을입구에서 출입차량에게 방역을 실시하고(왼쪽) 구제역 발생 농장주변에는 통제소를 설치하고 출입을 막고 있다. 본 칼럼과 사진은 무관합니다. /김용수

설 연휴 방역당국과 축산농가들의 애를 태우게 했던 구제역이 추가발생 소식 없이 잠잠한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따라 앞으로 며칠만 잘 넘기면 이번 구제역 사태가 최소한의 범위에서, 별다른 피해없이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하면서 명절도 제대로 지내지 못한 관계자들이 한숨을 돌리고 있다. 이처럼 구제역이 예년과 달리 조용히 지나가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발생농가 주변 잠복기인 남은 며칠을 잘 넘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에 드러난 허술한 방역체계가 우려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구제역은 강추위 등 계절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추위가 물러날 때까지 발생 가능성에 대해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방역당국과 대다수 우제류 사육 농가들의 철저한 방역활동에도 불구하고 빈틈이 존재한다면 방역망은 결국 무용지물될 수 밖에 없다. 최근 충주시가 밝힌 축산관련 차량의 운행 실태를 보면 전염병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당사자들의 분명한 경각심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확인시켜준다. 아주 일부의 경우일 수 있겠지만 구멍이 난 그물로는 밖으로부터의 침입을 막을 수 없는 것이다.

비록 허가를 받은 사료운반 차량 1대가 포함됐다고는 하나 관리대상 축산 차량들의 운행이 1주일여동안 300회에 이른다는 것은 구제역 방역의 첫 단추인 차량 이동제한 조치를 무색케하는 것이다. 구제역을 비롯해 그동안의 가축 전염병 발병사례를 보면 차량과 사람에 의한 전파가 대부분이었고, 이동제한만으로 방역 성과를 거둔 적이 비일비재하다. 그런 만큼 이번 충주지역의 축산관련 차량 운행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위반 농가에 대한 고발 이상의 강도높은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더구나 이번 충주 농가의 사례처럼 백신 예방접종으로 항체가 형성됐음에도 발병하는 경우가 되풀이될 경우 이동제한을 통한 전염경로 차단만이 가장 확실한 방역 방안이 된다. 또한 유입경로가 불분명한 발생 사례가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차량이동 규제가 무위에 그친다면 대문을 열어놓고 도둑을 막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드러난 방역체계의 허점은 이동제한 조치 해제가 불과 4~5일 남은 시점에서 주변 축산농가들에게도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농장마다 외부 출입차량들의 이동경로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는 노릇이고 보면 제한조치 기간 동안 운행했던 차량들을 서둘러 파악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

이번 축산관련 차량 이동제한 위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축산 종사자들의 경각심이 크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구제역과 관련된 일들을 행정기관 등 방역당국의 과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되는 것이다. 이동제한 조치가 내려진 비상상황임에도 이를 아랑곳 않고 내맘대로 행동한다면 방역활동을 위해 명절 연휴에도 길거리와 농장 입구에서 구슬땀을 흘린 이들의 노고는 누가 보상할 것인가. 철저한 방역의 첫 걸음은 관계자들의 마음가짐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가슴에 분명히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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