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만드는 세상에 단 하나 뿐인 보물"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시간과 노력을 듬뿍 쏟아 만든 나만의 가죽제품, 그 특별함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요."
청주시 서원구 산남동에서 가죽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가윤슬 대표는 가죽공예를 통해 사람과 사람간의 정, 따뜻함이 오고가길 바라며 4년째 이 일에 매진하고 있다.
▶공학도의 변신
충북대 전자공학과를 나온 가 대표는 여느 대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취업에 대한 고민으로 늘 불안했다. 그래서 그는 대학생활 동안 꽃꽂이, 테디베어 만들기, 미싱 등을 배우며 자신의 꿈을 찾고자 노력하게 된다.
"조금이라도 더 경험하고 싶은 마음에 이것저것 많이 배우러 다녔어요. 그러다 지금의 남편인 당시 남자친구에게 가죽지갑을 선물해주고 싶어 청주에 있는 가죽공방을 찾았어요.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여서 힘들기도 했지만 제품을 완성하고 나니 성취감이 엄청났어요. 가죽지갑 안에 남자친구와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것 같았죠."
가죽공예의 매력에 듬뿍 빠진 가 대표는 전문적으로 이 일을 배워야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대학원을 다니던 남편 역시 아내인 가 대표와 함께 이 길로 뛰어든다.
"우연한 기회에 서울의 한 가죽공방을 찾았는데 그곳에 계신 분이 가죽공예 경력 40년을 자랑하는 장인이셨어요. 그분께 가죽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게 됐어요. 우리 공방의 스승님이 된 거죠."
이후 가 대표는 청주와 서울을 오가며 3년 동안 가죽공예를 배우게 된다.
"물리적인 거리가 있다 보니 쉽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가죽공예의 매력이 너무 많아 포기할 수 없었죠. 그래서 제가 못갈 때는 남편이 가서 배우고 그것을 공유하기도 하면서 우리들의 꿈을 키우게 됐어요."
▶행복 가득 '무무가죽공방'
지난 2016년 문을 연 무무가죽공방은 1day클래스, 제품만들기, 기술수업, 주문제작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1day클래스는 팔찌, 카드지갑 여권케이스, 벨트 등 비교적 간단한 가죽제품을 하루 동안 직접 만드는 수업이다.
"하루 만에 제품완성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품목은 한정적이에요. 기본 틀은 공방에서 준비하고 수강생은 가죽과 디자인, 색상을 선택하면 되는데 쉽게 생각하고 왔다가 고생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가 대표는 TV, 블로그 등을 통해 가죽공예를 접한 사람들이 많이 찾지만 생각보다 많은 체력을 요구하는 작업 탓에 진땀을 빼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제품 만들기는 가방, 지갑 등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제품을 수일 또는 수주에 걸쳐 만드는 과정이다. 직접 패턴을 입히고 가죽을 제단하기 때문에 좀 더 전문적인 수업으로 볼 수 있다.
기술수업은 가 대표가 가죽공예 장인에게 기술을 전수받은 것처럼 무무공방에서 가죽공예와 관련된 모든 것을 배우게 된다.
"10~15명 정도의 수강생이 이 수업을 듣고 있어요. 취미나 공방창업 목적이 대부분인데 우리공방 수강생분들은 20대부터 6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해요. 인생 제2막을 준비하는 부모님 연령대부터 경력단절 여성, 패기 넘치는 20대 젊은이들도 있죠."
수제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고급소재인 가죽을 활용한 창업아이템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가 대표의 설명이다.
주문제작은 기념일 등에 맞춰 고객들이 무무공방에 직접 제품제작을 의뢰하는 경우다. 가 대표는 고객들의 소중한 추억을 생각하면 디자인부터 바느질까지, 어느 하나 정성을 쏟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어느 날 우리 아버지뻘 되는 신사들이 찾아오셨어요. 고등학교부터 만난 40년 지기 친구들과 환갑을 기념해 반지갑을 만들려고 하셨죠. 제 손으로 그분들의 추억을 담을 무언가를 만든다고 생각하니 작업하는 동안 너무 즐겁고 행복했어요. 이렇게 애정을 듬뿍 담아 만들면 그 제품이 예쁠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이어서 그는 "처음 대학가는 자녀에게 주는 지갑선물, 유학 가는 아이에게 선물하는 여권케이스, 프로포즈를 하기위한 벨트나 가방까지 소중한 의미가 담긴 선물이 많이 있어요."
무무공방은 이밖에도 기업이나 학교, 장애인 단체 등을 대상으로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여러 곳에서 가죽공예 체험요청이 들어와요. 일상이 바쁘다보니 체험 프로그램을 자주 진행하지는 못하지만 공방이 조금 더 성장하고 안정되면 더 많은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요."
▶한국 대표 가죽브랜드
무무공방은 현재 이탈리아에서 수입하는 최고급 가죽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 가죽은 인지도도 낮고 그에 대한 개발도 아직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무무공방의 꿈은 한국을 대표하는 가죽브랜드를 만드는 것입니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잘 준비해서 성장하다보면 반드시 기회가 올 것이라고 확신해요."
공방을 운영하며 생기는 수입을 장비구입에 투자하고 있다는 가 대표의 열정은 남달랐다.
"공방 운영에만 몰두하기보다는 나름의 연구를 통해 우리의 멋을 입힐 수 있는 가죽 개발에 노력하고 있어요. 우리나라 가죽을 활용한 한국 가죽공예의 멋을 무무공방이라는 이름을 통해 알릴 기회가 온다면 너무 멋질 것 같아요."
또 가 대표는 가죽공예 대중화를 위해 키트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가죽이 비싸다보니 대중화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가죽공예를 배우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제품을 만들어볼 수 있는 키트를 개발하고 있어요. 현재 5개 제품에 대한 준비는 끝낸 상태고 더 많은 디자인을 개발할 예정"이라는 그는 "이 일을 하다 보니 단순히 가죽제품을 좋아해서 우리 공방을 찾는 사람보다 무무공방 자체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 분들을 위해 지치지 않고 무무공방의 꿈을 펼쳐나갈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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