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경제학
불황의 경제학
  • 중부매일
  • 승인 2019.02.1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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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협력단장

올해 들어 세계 경기가 본격적으로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세계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하늘이 어두워지고 있다'며 금년도 세계 경제 성장률이 2%대로 낮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세계은행은 물론 IMF, OECD 등도 연이어 경제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세계 경기둔화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탓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국과 중국에 'R(recession, 경기침체)의 공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는 글로벌 기업들이 늘고 있다. 'R의 공포'가 구조조정을 야기하면서 'L(layoff, 해고)의 공포'로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국내 경기는 하강 압력이 지속되었고 경기 동행 및 선행지수가 모두 장기간 하락세를 보여 왔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는 글로벌 환경 변화로 인해 성장세가 더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안으로는 경제 펀더멘털 강화, 산업 경쟁력 제고 및 기업 투자 활성화를 통한 성장 잠재력 확충, 경제 정책의 효율성 확보 등이 제시된다.

그런데 이미 오래 전에 장기 침체에 직면한 세계 경제를 향해 경고장을 날린 경제학자가 있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경제가 무한정 성장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 경기 후퇴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간 경기 회복과 호황을 일으키는 데만 몰두해왔던 경제학 연구의 초점을 등한시해왔던 '경기 후퇴' 쪽으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폴 크루그먼이 정립한 '불황의 경제학'이다. 불황을 무조건 터부시하지 않고 체제 내에서 다룬다. 공급 중심의 경제학, 즉 공급이 넘쳐나는데 세상은 경기 후퇴의 늪에 빠지고 있는 것이 기존 경제학의 한계라고 지적한다. 잠재적 수요가 시장으로 나갈 길을 찾지 못해 발생하는 '막힘 현상'이 원인이다. 따라서 경제학의 패러다임을 수요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불황을 공급이 아닌 수요 측면에서 볼 때 해결책은 충분한 수요를 제공하는 것이다. 금리를 낮춰 돈을 풀고 도로, 다리 건설 등 인프라 구축 사업으로 지출을 늘리는 등의 케인즈식 경기부양 정책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폴 크루그먼은 공황은 절대로 오지 않겠지만 불황은 오랫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이제 불황을 현대의 일상으로 받아들이면서 대응방안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얼마 전 정부는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추진방안을 확정하고 23개 사업 24조원 규모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을 발표했다.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조치로 해석된다. 일자리 창출에 대한 절박함도 감지된다.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만큼 가성비 높은 결과를 도출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취창업본부장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취창업본부장

이와 관련해 엔리코 모레티(Enrico Moretti)가 집필한 '직업의 지리학'(The New Geography of Jobs)에서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낙후된 도시와 지역 경제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지침서라 할 수 있다. 경기 침체로 위기에 봉착한 지역들이 매력적인 혁신 지역을 목표로 하는 것은 고임금·첨단기술의 새로운 일자리 한 개가 지역 서비스 일자리 5개를 만들어내는 '승수효과' 때문이다. 또한 혁신 기업들의 교역적 비즈니스는 외부 자원들을 끌어들이면서 집적효과를 발생·축적시킨다.

창의적 아이디어 교류는 물리적 거리를 기반으로 상호작용이 활발하다. 그래서 초기에는 산업계와 학계의 슈퍼스타가 기반시설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최근의 과감한 결단이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묘책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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