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입후보 예정자들이 막판 민심 잡기에 나선 가운데 6일 청주시 서원구 모충대교 오거리에 입후보 예정자들의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 김용수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입후보 예정자들이 막판 민심 잡기에 나선 가운데 6일 청주시 서원구 모충대교 오거리에 입후보 예정자들의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본사진은 칼럼과 관련이 없습니다. / 김용수

오는 3월13일 치러지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한달도 남지 않았다. 전국 1천343개 조합이 참여하는 이번 선거는 지난 2015년에 이어 두번째로 실시되는 전국동시선거다.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는 조합장 선거를 선거관리위원회가 직접 관리하는 방식으로 바꾼 가장 큰 까닭은 이전의 조합장 선출에 '돈 선거'가 판을 쳤기 때문이었다. 향응과 금품, 음식물 제공이 다반사였던 잘못된 선거풍토를 뜯어고치기 위해 국가기관에 선거운동 및 투개표 과정 등의 공정한 관리와 탈·불법 행위 단속 및 근절을 맡긴 것이다.

모든 제도가 그렇듯 아무리 좋고 필요한 제도라 할 지라도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그에 걸맞는 노력이 필요하다. 선거제도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안정적으로 치러지고 있는 지방선거만해도 첫 선거 당시에는 이런저런 잡음이 많았으며, 불법선거 근절이라는 고지에 오르기까지에는 아직도 끝을 짐작하기 어려운 먼 여정이 남아있다. 그런 만큼 이제 두번째 전국동시선거로 진행되는 조합장 선거가 별 탈 없이, 공명하게 치러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찾는 격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벌써부터 선거 뒷일이 걱정될 수 밖에 없다.

이번 선거와 관련해 설 연휴 직전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적발한 불법 사례가 95건에 이르고, 26건이 고발 조치됐으며 지난 7일에는 첫 구속자가 나오기도 했다. 도농, 지역 등과 관계없이 조합장 선거와 관련된 불법사례의 대부분은 금품수수로 지난 2015년 제1회 선거때도 전국 적발사례 867건의 40% 가량이 '돈'과 관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지난해 9월21일부터 기부행위가 제한되고 있지만 상당수 출마예정자가 이에 아랑곳 않고 불탈법을 행했으며 일부는 이에 앞서 진작부터 법의 규제를 무시했던 것이다.

조합장 선거에 나선 이들이 이처럼 '돈 선거'에 집착하는 이유로는 과다한 조합장 권한과 제한된 소수의 유권자, 선거운동의 제약 등을 꼽을 수 있다. 조합마다 처지가 다르기는 해도 일반적으로 조합장이 되면 대기업 임원급 처우에 사업 결정, 예산집행, 직원 인사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지게 된다. 또한 정치권 인사 못지않게 지역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완장에 감투까지 꿰차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 선거를 치르는 조합들의 평균 유권자수가 2천여명에 그치는 등 선거운동 대상이 많지 않고 한정돼 있다는 것도 혼탁선거를 부추기고 있다.

이같은 사안들은 조합과 조합선거의 특성으로 치부될 수 있으나 가장 큰 문제는 후보자 혼자 공보·벽보 등 홍보물, 전화(문자메시지), 전자우편, 명함배부 등만 가능하도록 제한한 선거운동 방법에 있다. 거창하게 인물과 정책까지는 아니어도, 조합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 어떤 사업을 펼칠 것인지 정도는 공개적으로 제시하고 검증받아야 하지만 이를 살펴볼 제도적 장치는 전무하다. 한마디로 깜깜이 선거, 연고에 따른 인지도 선거가 될 수 밖에 없다. 유권자의 눈과 귀를 가린 채 선거를 치르니 온갖 편법, 불탈법이 횡행하는 것이다. 말뿐인 공명선거가 안되려면 이를 구현할 제도정비가 먼저 이뤄져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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