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설날이 되면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것은 당연 세뱃돈일 것이다.

지금은 설날 세뱃돈을 당연히 주고받는 것으로 여기지만, 사실 지금과 같은 세뱃돈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세배 후 덕담을 주고받았으며, 세배하러 온 손님에게는 명절음식과 술을 대접했다. 아이들에게는 떡이나 과일 등을 줬다. 세뱃돈을 주더라도 '복돈'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로 많은 돈을 주지는 않았다. 받는 사람도 적은 돈을 받더라도 많다고 여겼으며, 세뱃돈을 복주머니에 넣어 소중히 생각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세뱃돈은 1980년대부터 대중적인 설 풍습으로 자리 잡았다. 세뱃돈으로는 빳빳한 신권 지폐가 가장 많이 이용되지만, 요즘에는 외화, 상품권, 이머니, 포인트 머니 등으로 세뱃돈이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요즘에는 세뱃돈을 단순히 세배하고 받는 돈으로 여기지만, 실제 그 액수보다는 그 속에 담긴 마음이 더 중요하다. 그 의미를 바로 알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주고받을 때 세뱃돈이 진정한 설 풍습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경기, 고령시대 속 경제적 부담 없이도 멋지게 '어른 노릇'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최근 세뱃돈의 진정한 의미인 '감사'와 '근신 당부'라는 본뜻을 우린 너무 잃고 있다. 본래 세배는 '지난 세월에 감사한다'는 뜻을 가진 설 명절 고유의 풍속으로 새해 첫날 웃어른께 인사를 다니며 그간 보살펴 주심을 감사드리고 강녕(康寧)하시길 기원하며 큰절을 올린 것이 그 시초다.

하지만 세뱃돈을 받는 문화가 생긴 것은 채 100년이 되지 않은 일이다. '세배에 대한 답례로 돈을 줬다'는 기록은 서예가 최영년의 시집 '해동죽지(海東竹枝·1925년)'에서 처음 나온다. 민속학자들은 지금과 같은 세뱃돈 문화가 정착한 것은 일제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새해 첫날 봉투에 돈을 넣어 주는 일본의 설 전통 풍습인 '오토시다마(お年玉)'가 일제강점기에 일부 상류층에 의해 들어왔다는 것이다. 또 1960년대 근대화와 지폐의 보편적 사용이 세뱃돈 확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시 세뱃돈은 꼭 봉투에 넣어 겉면에 책값, 붓값 등의 용도를 적어줬으며 풍요보다는 근신을 당부하는 덕담이나 글을 전하기도 했다. 또한 세배도, 세뱃돈을 주는 방식도 지금처럼 세속적이지 않았는데 요즘은 공경도 예의도 없이, 대충 절하고 빨리 돈만 받는 게 세배가 되어 버린듯해 너무나 안타까운 현실이다. 요즘 학생들은 세배를 '수금(收金) 행사'로 여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심지어 설이 지나고 아이들이 단톡방이나 SNS에서 각자 받은 '세뱃돈 인증샷'을 찍어 자랑하거나 적게 받은 경우 볼멘소리를 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br>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요즘의 세뱃돈은 본래의 의미는 간데없고 아이들에게는 돈을 버는 기회로, 어른들도 아이들에게 건넬 덕담보다 더 신경이 쓰이는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세배는 대가와 상관없이 어른들께 드리는 존경의 표시이고, 세뱃돈 역시 마음으로 주는 선물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올바른 세뱃돈의 의미를 깨우쳐주기 위해서는 말 한마디에도 세심한 주의가 절대 필요하다.

요즘 같은 물질중심인 현대가정에서 명절 세뱃돈을 주고 받을 때 꼭 필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존경의 마음일 것이다. 존경하는 자리에서, 존경받는 자리에서 서로를 바라본다면 세대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 내년 설명절부터는 진정한 새뱃돈의 의미를 되새기는 명절로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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