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이재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최근 한 경제지에서는 부동산과 관련한 논설이 하나 실렸다. "서울 강남 집값이 잡혔다고 난리다. 현 정부 출범 이후 10차례에 걸친 직·간접 대책에도 효과가 미약하자 거센 비판과 책임론에 시달렸던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관련 정책부서가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중략)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집값이 잡히자마자 '순간 폭락(flash crash)'이 우려될 정도로 빨리 떨어지고 있는 점이다."

하지만 다른 보도를 보면, 아직도 우리나라, 특히 서울의 집값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집값 거품을 측정하는 대표 지표인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을 연도별이나 세계 다른 주요 도시와 비교한 결과, 서울에 국한할 경우 소득 대비 집값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략)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서울의 PIR는 13.4배에 달했다. (중략) 비싼 집값으로 악명이 높은 영국 런던(8.5) 미국 뉴욕(5.7) 일본 도쿄(4.8)보다 서울이 월등하게 높았다."

주요 언론에서는 최근 집값이 너무 빨리 떨어진다고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지금의 현상이 순간 폭락이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순간 폭락이란 집값 등이 단기간에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지난해 늦봄부터 9월까지 5개월 남짓 기간 동안 동일한 평형에서 7~8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이 넘게 올랐다는 것을. 이를 토대로 보면, 지금까지 내린 금액은 단기급등했던 금액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게다가 서울의 소득대비 주택가격은 높은 집값으로 잘 알려진 런던, 뉴욕, 도쿄의 1.5~2.5배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의 구매력에 비해 서울의 집값은 과도히 높다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우리에게 교훈을 주는 나라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바로 우리와 정치, 외교적으로 갈등을 겪기도 하는 가깝지만 먼 나라인 일본이다. 일부에서는 일본이 현재가 우리의 10년 후의 모습이라는 인식도 있다. 우리는 경험적으로 일본이 겪은 산업변화, 경제사회적 문제가 우리보다 십 수 년 앞서서 나타났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일본이 겪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상황을 곱씹어보는 것은 매우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경우, 수도권에도 가치 '0원'인 빈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인해 일본에서 비어가는 아파트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관리조합이 없는 아파트가 전체의 15.9%에 달한다는 일본 유력 경제지 니혼게이자이신문의 보도가 있었다. 인구가 줄면서 5~30년 안에 지역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인구 감소가 심화될수록 지방의 아파트부터 빈집이 속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재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이재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일본의 교훈은 우리에게도 매우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주택 문제를 미리 알려주는 신호라고 볼 수 있다. 건설경기 부양으로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민간의 주택수요로 기업경기를 살려보려고 했던,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저주라고 볼 수 있다. 우리 정책당국도 이러한 유혹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은 일본의 사례에서 보는 것과 같이 부동산의 역습으로 결론날 가능성이 크다.

경기가 침체되고 기업경기가 어려운 것은 누구나 잘 아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부동산 부양과 같은 단기 정책이 아니라, 우리 중소기업의 혁신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제조업 부흥 정책,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정책 등을 통해, 근본적인 경제구조와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우리 기업을 통해, 일거리와 소득을 만들어 내고 이것이 건전한 소비로 연결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되어야, 일본을 힘들게 만들었고 우리나라도 그러한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는 투기적 주택 수요를 없애고, 생산적인 투자를 만들어내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일본이 경험한 그러한 오류를 피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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