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구교수의 창업·경영이야기

고객은 누구나 동일한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고객에 따라 서비스의 질도 달라야 한다. 이를 통틀어서 고객관계관리(CRM -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라 한다. 과거에는 모든 고객에게 동일한 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객들은 그 고객이 갖고 있는 역량이나 충성도에 따라 다른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의 경향이다. 실제로 검증된 사례를 보면 고객관계관리가 필요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은 본인들이 은행의 재정에 기여한다고 판단하고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기대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고객이 은행의 재정에 기여하는 것은 아니다.

시중은행의 고객 기여도 분석자료에 의하면 상위 7%의 고객이 은행 순이익의 80%를 올리는 흑자고객이고, 전체 고객 50%는 비용만 증가시키는 적자고객이다. 은행에서 볼 때 적자고객이라도 오지 말라고 뿌리칠 수는 없지만, 진심으로 고마운 고객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은행은 일정한 등급 이하의 고객에게는 주차 권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적자고객에게는 돈을 쓰지 않겠다는 현명하고 냉철한 판단을 한 것이다.

어떤 호텔은 고객에 대한 정보를 통합관리하기 때문에 단골 고객이 방문하면 그 고객에게 최적의 상태로 조합된 서비스가 제공된다. 그 고객에 대한 모든 정보가 입력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단골 고객이 투숙하면 그 고객이 양식을 좋아하고, 커피를 좋아하고, 베게는 부드러운 것을 좋아한다는 등 필요한 정보를 줄줄이 꿰고 있다.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는 고객에게는 복숭아가 첨가된 메뉴를 제외하는 식이다. 알아서 척척 행동하는 것이다. 처음 경험하는 고객은 놀라운 일이지만 현재 일부 호텔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서비스다. 호텔은 이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고객에 대해 보다 꼼꼼하고 세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고객에 대한 정보를 커피숍, 객실부, 레스토랑 등 전 매장이 공유하기 때문에 고객들은 어떤 직원에게라도 동일한 내용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런 서비스를 받아본 고객은 다른 호텔로 이동하지 못한다.
지금까지는 불특정 다수를 향한 마케팅을 전개하는 것이 주류를 이루었다. 하지만 이제는 고객 개개인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수집해서 이를 바탕으로 그 고객의 니즈에 딱 맞는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과거에는 고객이 100명이라도 1개의 마케팅 전략이 동원됐지만, 앞으로는 100개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제는 사업 규모가 작다고, 혹은 고객을 다 알고 있다고 머리로만 마케팅을 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하다못해 기초적인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서라도 주기적으로 고객을 관리하고, 고객에게 딱 맞는 상품이 지금 바로 들어왔음을 알려야 한다. 그 효과는 예상보다 클 것이다. 동일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거라면 많이 팔아줄 알짜고객을 찾아내고, 그 고객에게 투자하라. 그러면 놀라운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주성대학 창업경영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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