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득렬 교수의 고사성어 - 唾面自乾(타면자건)
배득렬 교수의 고사성어 - 唾面自乾(타면자건)
  • 중부매일
  • 승인 2019.02.13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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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침을 뱉어도 마를 때까지 기다림, 끝까지 모욕을 참음

최근의 두 가지 뉴스를 접하고 나서 머리가 복잡해졌다. 하나는 우리나라 국회의장의 위안부문제에 대한 일본 천황의 진정한 사과 요구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공당의 청문회에서 나온 언급과 관련된 것이다. 이 두 가지 뉴스의 본질이 같다는 사실에 착잡한 심경을 거둘 수 없었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이제 연로해 한분 한분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상황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더구나 진정한 사과도 없이 몇 푼 안되는 돈을 내놓고 이를 받아가고 이제 그만 떠들라는 식의 일본의 망동은 정말 厚顔無恥(후안무치: 얼굴이 두꺼워 부끄러움을 모르다)의 전형이 아닌가? 한국침략의 최고 책임자인 일본의 왕에게 사죄를 요구한 것을 두고 외교적 결례라는 일본의 주장. 2차 세계대전 종전 처리과정에서도 일본 왕만은 건들지 말라고 맥아더장군에게 요구했던 일본인들. 이들은 아직도 자신들의 왕을 天神(천신)으로 여기고 있는가보다.

한국의 사과요구에 대하여 일본 수상은 '대단히 유감이라는' 격한 반응을 보이며, 오히려 한국측의 사과를 요구해왔다. 賊反荷杖(적반하장) 아닌가? 일본의 망동에 대해 한국의 입장은 어떤가? 총성없는 전쟁인 외교적 입장에서 시의적절치 못하다는 주장과 일본에 강력한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하다. 외교적 입장을 운운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한 정당의 청문회에서 최근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적절치 못한 언급으로 또다시 세간이 시끄럽다. 어떤 상황이든 국가와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군인들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들이대는 것이 과연 상식에 통하는 일인가 말이다. 이런 일에 대하여 북한이 개입했다고 하고,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들에 대한 평가가 이중잣대를 사용했다는 주장!? 이런 말이 한국인 입에서 나온다는 것 자체가 정말 터무니없고, 한탄스럽다.

나는 일본의 망동에 대한 한국 그릇된 입장이나,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억설 모두 역사인식의 문제와 관련이 있으며, 그 근간에는 인간존엄의 파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이 단순한 뉴스로만 다루어지고 말면 안된다. 왜냐? 인간존엄이 내팽겨지면 인간존엄의 파괴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한일관계가 계속 이런 식으로 흘러가면 두 국가간 더 큰 상흔이 생길 것이고, 나아가 두 국가의 화해와 협력은 진정한 국민적 공감이 없는 외교적, 외형적인 것에서 그칠 것이기 때문이다.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무차별적 언급에 대해 한 개인의 그릇된 관점이라거나 혹은 당내의 다양한 견해의 하나라는 식의 해명으로 국민들을 호도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이 정당이 과연 앞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 바로설 수 없다. 오히려 지금 이 역사적 문제에 대한 공당의 입장을 확실히 정리하고, 국민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확약한다면, 이 정당에 대한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두 가지 뉴스를 접하면서 『大唐新語』에 있는 唾面自乾 고사가 떠올랐다. 唐朝(당조)의 婁師德(누사덕)은 일찍이 御使(어사)와 侍郞(시랑) 등을 역임한 인물이었다. 그는 도량이 커서 어떤 사람이 그에게 무례하게 굴어도 언제나 스스로 물러나고 절대로 화를 내는 적이 없었다. 후에 그의 동생이 代州(대주)의 太守(태수)로 부임하러 가기 전에 그에게 이별을 고하러 왔다. 婁師德이 동생에게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잘 인내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었다. 동생이 "만일 '어떤 사람이 제 얼굴에 침을 뱉으면 제가 닦아내고 참겠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婁師德이 "네가 그렇게 하는 것은 진정한 인내를 다한 것이라 할 수 없다. 침을 닦아내는 것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분노를 발설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니, 응당 침이 저절로 마르게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하였다.

婁師德이 동생에게 明哲保身(명철보신)의 비방을 전수한 것은 좋다. 허나 그 본질을 살피면 내 얼굴에 침을 뱉은 사람은 이미 나의 존엄을 파괴한 사람이다. 그럼에도 인내하고 또 인내하며 침이 마를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은 어쩌면 스스로 인간존엄을 포기하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일본의 망동과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망언에 대한 우리의 대처방식이 唾面自乾처럼 이루어져서는 절대 안된다. 모욕적 언사에 대해서는 강력한 저항과 비판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이후 이러한 모욕적 행위가 반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이 두 사안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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