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김정희 진지박물관 원장이 맛있는 역사 한접시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고조리서에서 되살린 맛 이야기(충북편)'이 그것이다.

김 원장은 600여 년 전 맹사성의 강호사시사 글 속에 담긴 '탁주 한잔과 금린어 안주' 속 금린어가 무엇일까? 라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출발해 온 밤을 지새우며 자료를 뒤적였다고 했다. 글 속에 적힌 '금린어'는 지금의 쏘가리를 뜻하는 것이다. 그는 단순히 옛 음식의 맛과 모양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왜 강변에 갔을까? 강변을 노닐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금린어(쏘가리)는 어떻게 요리 했을까? 강변에서 노니는 맹사성의 막걸리와 쏘가리 안주에는 맹사성의 마음과 삶이 담겨있다고 했다.

이번에 발간된 책이 특별한 이유는 구석기 시대부터 1900년대까지 단순 음식 연표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에 맞는 유적과 유물, 음식문화사 고서 발간까지 한눈에 보기 쉽도록 정리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박사과정까지 고고미술사학을 전공한 김 원장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유적 발굴현장에서 동료들과 함께 땀 흘리며 일하고 연구했고, 전국의 박물관을 답사하며 유물의 시대적 변화와 특징을 형식학적으로 분류하고 보고서를 쓰는 작업에 몰두했다. 그러면서도 핵심 연구 주제는 무엇을 어떻게 먹을까였다.

김 원장은 "음식은 그저 음식으로만 머물지 않다"며 "음식에 담긴 이야기를 어떻게 전해줄 것인가 어떻게 자원화 할 것인가? 그 방법을 그동안의 경함과 이론을 종합해 찾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 책은 1부 유일한 내륙문화 충청북도, 2부 충북의 물길과 부어찜(붕어찜), 3부 묘덕의 찬, 4부 세종대왕 초정수월래, 5부 삼탄 이승소와 한명회의 사신실, 그리고 잔칫상, 6부 송시열, 화양구곡 풍류밥상, 7부 상당산성, 영조의 찬, 8부 청주 사주당 이씨와 태교찬, 9부 손병희 동학군의 찬, 10부 비단장수 왕서방과 해어화 명월이, 11부 안덕벌 빨간통 한상으로 총 11부로 구성됐다. 각 부마다 그에 얽힌 사연을 소개하고 그 당시 먹었던 음식을 고조리서를 바탕으로 만들어보는 레시피, 당시 상황을 그림으로 그려 직접 색칠할 수 있도록 컬러링까지 특색있게 만들었다.

이번 책 발간을 위해 지역의 작가들도 많이 참여했다. 묘덕의 찬 등 캐릭터는 손부남 작가가, 청주 명월이찬 등 미니어쳐는 최규락 작가가, 도 컬러링 북에 나오는 인물 등 당시 상황을 표현한 그림은 이은정 작가가 참여했다.

이 책의 출판기념회는 오는 20일 오후 3시 청주첨단문화산업단지 1층 세미나룸에서 열리며 21일에는 휘게문고에서 오후 7시 북콘서트도 개최한다. 이날 주제는 '빙허각 휴베르트를 만난다'로 음식이야기로 소통하며 숭어로 만든 음식도 선보일 예정이다. 또 21일부터 22일까지는 충북콘텐츠코리아랩 결과물 전시까지 이어진다.

또 각 월별로 일어났던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고서의 내용을 참고해 해당 달에 맞춰 안덕벌에 위치한 음식체험관 빨강콩에서 음식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 원장은 "왜 음식인지, 왜 그 인물인지를 더욱 연구해 앞으로 더 많은 '히스토리 쿠킹'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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