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확보했으나 토지소유주 '처분'만 기다리는 형국

금산군 추부면 만인산 휴게소 뒤편에 복원된 태조대왕태실 현위치와 원위치 추정지에 조성된 민간인 묘소 모습. 민간인 묘를 조성한 35년 전 당시 토지소유주가 석물을 반출하려다 주민들이 저지해 현재 위치에 복원됐다. / 김정미
금산군 추부면 만인산 휴게소 뒤편에 복원된 태조대왕태실 현위치와 원위치 추정지에 조성된 민간인 묘소 모습. 민간인 묘를 조성한 35년 전 당시 토지소유주가 석물을 반출하려다 주민들이 저지해 현재 위치에 복원됐다. / 김정미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조선 최초의 가봉태실인 태조대왕 태실 원위치 복원 사업이 예산편성 한달여가 지나도록 좀처럼 첫 발을 떼지 못하고 있다.

문화재청을 통해 원위치임을 확인할 수 있는 결정적 근거(인근에 묻힌 옛 석물)를 조사하려고 해도 현 토지소유주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부지를 매입하려고 해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금산군과 민간 추진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금산군이 공시지가 보다 높은 토지매입비와 원위치 추정지에 조성된 민간인 묘의 대체지까지 물색해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토지소유주와의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산군과 추부면 주민들로 구성된 태조대왕태실원위치복원추진위원회는 이달 중 토지소유주를 만나 한국에만 존재하는 장태문화의 특수성, 조선시대 최초 가봉태실로서 태조태실의 문화재적 가치를 적극 설득할 방침이다.

군 문화공보관광과 문화예술박물관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몇 차례 전화통화를 하고 가족들과도 접촉했지만 부모님의 묘를 이장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다시 한 번 면담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금산군이 이 사업을 통해 기대하는 효과는 크게 두 가지다. 개인소유로 돼 있는 태조태실 원위치 추정지가 실제 원위치임을 확인하는 것과 토지소유주를 설득해 부지를 매입한 후 태실을 원위치에 복원해 국가지정문화재 지정을 추진하는 것이다.

현재로선 두 가지 모두 요원해 보인다. 문화재청 발굴제도과 관계자는 "금산군에서 지표조사를 문화재청에 요청하고 조사 결과 문화재 매장이 확실시 되면 시굴이나 발굴조사를 검토할 수 있지만 조사를 해도 된다는 토지소유주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군은 시·발굴을 통해 옛 석물을 찾아내는 사업이라도 첫삽을 뜰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원위치 추정지를 발굴해 옛 석물이 나오면 태실지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조선중기에 편찬된 태봉등록(胎封謄錄)에는 숙종15년(1689년)에 태조대왕태실에 대한 대대적인 개보수작업이 있었다는 기록이 나온다"며 "난간주석 8개, 죽석(竹石) 8개, 모퉁이 벽돌 8개, 태실비가 바뀌고 이전에 썼던 석물들을 태실 뒤 정결한 곳에 묻었으며, 옛 비석은 태실 오른쪽 5보 거리 지점에 묻었다는 기록이 있다"고 설명했다.

군이 부지매입비 2억원과 시굴 및 발굴 연구용역비 1억원을 편성하는 등 35년만에 태조태실 원위치 복원에 나섰으나, 조사 및 매입 모두 토지소유주의 동의가 전제돼야 하는 상황이어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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