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정월대보름은 1년중 달이 가장 밝고 크게 빛나는 날이라 하여 달을 보며 제각기 소원을 비는 날이다. 대보름은 상징적인 측면에서 달·여성·대지의 음성원리(陰性原理)에 의한 명절로 달은 곧 물의 여신이므로 대보름과 농경문화는 밀접했다고 한다. 이날은 또한 우리네 음식을 먹고 한해의 풍년과 액운을 떨쳐내는 날이기도 하다. 정월 대보름 음식인 오곡밥은 찹쌀,찰수수,팥,차조,콩을 다섯 가지 종류의 곡식을 섞어 만든 밥이었고 반찬으로는 묵은 나물을 삶아 먹었다.

대보름날은 묵은 나물로 반찬을 해먹는 것은 겨울 동안 없어진 입맛을 되살려 새해 농사를 잘 짓자는 의미로 만들어진 풍습이란 설도 있다. 잣, 호두, 밤, 은행 등을 깨무는 것을 부럼이라고 하는데 일 년 동안 부스럼이 나지 않고 이가 튼튼해진다고 믿었다. 또한, 보름날 아침에 마시는 귀밝이술은 데우지 않은 술 한 잔을 마시면 귀가 밝아지고, 1년 동안 즐거운 소식을 듣는다고 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의 전통 명절에 식탁 위 먹거리 절반 이상이 수입 농축산물로 채워지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주정용쌀 조차도 말이다.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br>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전세계 평균에도 한참 못 미친 2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료용 곡물은 97% 이상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전체 곡물 자급률은 24%(2015년말 기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축산 분야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쇠고기 자급률이 37.7%까지 추락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처럼 수입품이 국내 식탁을 대거 점령하고 있는 것은 가격 차이가 큰 원인일 것이다. 여기에 국산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갈수록 약해지고 있는 반면, 수입농산물에 대한 거부감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어릴적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옛속담이 있다. 비단, 습관뿐 아니라 어릴적 우리네 미각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번 정월 대보름부터라도 우리네 농어촌과 농협에 힘을 실어주고 식량주권을 되찾아 신토불이 우리 농수산물로 채워지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