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규완 전 충북도중앙도서관장

얼마전에 집정리를 하면서, 안방 문옆에 15년 동안 세워두었던 전신거울을 치웠는데, 아직도 옷을 입고 나설 때면 자꾸 그 자리에 서곤 한다.

마치 거울 앞의 옛 여인들처럼….

조선왕조 정조의 어진을 그린 공으로 괴산 연풍 현감에 제수되었던 단원 김홍도가 그린 그림 '미인화장'속 여인은, 님을 기다리며 빨간 경대 앞에서 매무새를 다듬는 들뜬 모습이고, 서정주의 시 '국화옆에서'의 거울 앞에 선 누님은, 정일(靜逸-몸과 마음이 편안함)한 40대의 아름다운 여인이다.(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마이클 잭슨의 노래 'Man In The Mirror'를 듣다보면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거울 속의 자신부터 바꾸도록 노력하라."는 가사가 나온다. 이웃집 잔디 걱정일랑 하지말고 자신부터 시작하라는 말이다.

몇해전 화가 고흐가 살고, 죽고, 묻힌 프랑스 오베르 마을에 갔을 때 가이드에게 물었다. "가이드님, 고흐가 고갱과 말다툼을 하고 자신의 왼쪽귀를 잘랐다고 했는데, '귀에 붕대를 맨 자화상'을 보면 오른쪽귀에 붕대를 감고 있던데요?", "글쎄요…."

궁금증을 해결하지 못해 답답함을 안은 채 귀국한 후에 각종 자료를 뒤지다가 고흐 귀에 대한 비밀을 드디어 알아냈다. "유레카!"

고흐는 거울에 비친 자기모습을 그렸던 것이다. 기쁜 마음에 거울 앞에서 내 왼쪽귀를 잡아봤다. 맞다!

반대로 나타나는 거울의 원리였다.

우리 뇌에는,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온 정보를 마치 거울처럼 비추는 신경세포인 '거울신경'이 있는데, 하품이 전염되는 것처럼 모방과 언어습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다."란 말이 있다.

아이들은 부모의 행동을 통해 배우고, 쉽게 따라하기 때문에 생긴 말일 것이다.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면 넓은 '거울못(연못)'이 있다. 박물관 건물 모습이 커다란 못에 비춰지게 된데 따른 것이라 하나, 우리의 역사를 비춰주는 못이니만큼 아주 잘 붙여진 이름이라 생각한다.

김규완 충북중앙도서관장
김규완 충북중앙도서관장

장자 덕충부편에 명경지수(明鏡止水)란 말이 나온다. 밝은 거울과 잔잔한 물이란 뜻으로 고요하고 깨끗한 마음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 가슴속에 나를 비출 마음의 거울 하나쯤 가지고 있으면 어떨까?

그리고, 자주 전신거울 앞에 서서 자신과 대화도 하고 자기 스스로에게 격려와 사랑을 주었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호수에 비친 자기 모습에 반해서 물에 빠져 죽어 자기 이름과 같은 수선화가 된 나르키소스처럼, 너무 자기의 가치를 높이고 싶은 욕망에서 생기는 자기애(自己愛, 나르시시즘)에 빠지지는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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