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권택인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

최근 종영된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클라이막스에 다다를 때 그 긴박함을 강조하기 위해 모범생인 우주의 여자친구 살인혐의와 구속이라는 극단적인 장치가 활용되었다.

모범생 우주의 살인혐의를 두고 캐슬의 주민들은 두 가지 시각을 드러낸다. 강한 유죄의 증거들이 있지만 재판을 통해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주의 억울함을 믿고 연민의 감정을 갖는 시각과 살인사건의 불똥이 자기 영역으로 튈까 걱정하면서 우주는 살인범이 맞다고 단정하거나, 만일 혐의를 벗는다고 하더라도 우주는 이미 경쟁에서 낙오되었으므로 버려야 할 카드로 보는 시각이다.

이 드라마에서 범죄 혐의자에 대한 두 가지 상반된 시각은 법과대학 교수와 그의 가족의 대화에서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법대교수의 가족이 아직 재판을 통해 확정되지 않은 우주는 "무죄가 추정"되므로 죄인으로 취급해서는 안되는다는 이야기를 하자, 법대교수는 "그건 형사절차상의 문제일 뿐이고!"라고 말을 잇는다.

이 가운데 '무죄추정의 원칙'은 형사절차상의 문제일 뿐이라는 교수의 말은 명백히 틀린 말이다. 일반적으로 무죄로 추정되어 혐의자가 무죄로 추정되는 동안에는 형사절차상의 불이익뿐만 아니라 유죄를 전제로 하는 그 밖의 기본권제한과 같은 일체의 불이익 처분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선언적으로만 주장되는 원칙이 아니다. 우리 헌법 제27조 제4항에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리고, 무죄추정의 원칙에서 말하는 '추정'이란 그 사람을 단순히 무죄인 것처럼 배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 유죄의 증거가 명확해 질 때까지 피고인의 무죄를 진실한 사실로 인정하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원칙적으로 불구속 수사, 불구속 재판이 되어야 하고, 법과 양심에 따른 법관의 판단을 흔들만큼 범죄혐의를 입증하지 못하면 '의심스러운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In dubio pro reo)'라는 원칙에 따라 무죄가 되며, 미결수용자는 무죄로 추정되므로 법적 지위에서는 원칙적으로 일반인과 동일하게 처우되어야 한다. 또한 헌법재판소 판례에 따르면 피고인이 무죄추정을 받는다면 아직 기소되지 않은 수사객체의 신분인 피의자도 무죄추정을 받는다고 하고 있으며, 당연한 논리적 연장선상에서 수사기관에서 정식으로 입건되지 않은 용의자도 무죄로 추정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용의자나 피의자가 있으면, 수사기관은 반드시 '이 사람이 범죄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전제 하에서 수사를 하여야 할 헌법상 의무가 있는 것이고, 피의자의 유죄를 추정해서 범죄자 취급하며 고소인에게 유리한 내용을 작성(속칭 똘똘말이)하기 위해 유도신문 하는 것은 헌법의 정신에 반하는 것이다.

권택인 변호사
권택인 변호사

아직도 수사기관은 무조건 잡아들여서 재판에 넘기고, 변호사는 열심히 변명만 해주고, 법관은 양쪽의 말을 듣고 판단하면 된다는 기계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의심나면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법언은 법관의 심증형성에 관한 원칙이기는 하지만, 무죄추정의 원칙이 헌법에 규정되어 있고 모든 국가기관을 기속한다는 점에서 기소를 독점하는 검찰도 이를 존중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검찰의 인권감수성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유죄라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경우까지도 일단 기소해서 법원의 판결을 구하고 보는 구시대적 수사관행은 없어져야 할 것이다. 그런 관행 때문에 우리 우주가 무죄추정받지 못하고 구속되어 고초를 겪은 것을 많은 시청자들이 안타까워하면서 보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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