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상철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며칠전 96세 고령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안타깝게도 30대 여성보행자가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가 고령이다 보니 인지 능력이 떨어져서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되고 브레이크를 제대로 밟았는지 여부와 안전운전 의무 위반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멀리 영국에서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 필립공 운전 사고를 내고도 또 다시 운전대를 잡아 논란이 일고 있다.

연이은 논란으로 고령자의 운전 제한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2014년 2만275건에서 지난해 2만6713건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도 2014년 763명에서 2017년 848명으로 늘었다. 문제는 앞으로 고령운전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더욱 높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65세 이상 고령운전자는 298만6676명으로, 전체 운전면허 소지자의 9%에 달한다. 이 수치는 2028년 22%, 2038년에는 35%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한다. 게다가 이 사건으로 고령운전자에 대한 운전 적성검사를 보다 철저히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019년부터 75세 이상자의 경우 고령 운전자 적성검사 기간은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돼 기준이 강화됐다. 해당 교육을 이수하지 않으면 면허 취득 및 갱신이 거부된다지만 고령운전자 교육은 도로교통공단에서 제공하는 3시간의 수업만 들으면 되기 때문에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이날 사고를 낸 고령운전자도 지난해 적성검사를 이수한 것으로 알려져 우리모두를 경각심에 빠뜨리고 있다.

여기에 발맞추어 정부는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건수를 줄이기 위해 올해부터 75세 이상 운전자의 면허갱신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줄이고, 고령운전자 교통안전교육을 이수해야 면허 취득과 갱신이 가능토록 그 요건을 강화시켰다.

또한, 지자체들도 고령운전자들의 면허반납에 '인센티브'를 내걸었다고 한다. 서울 양천구는 올해부터 관내 거주 고령운전자(만 65세 이상)를 대상으로 운전면허증 반납 신청을 받고 있고, 반납할 경우 '운전면허 졸업증서' 지급과 함께 10만원이 충전된 선불교통카드 지급이라는 혜택을 주고 있다고 한다. 이런 고령운전자의 운전 면허 반납 인센티브는 일본에서는 1998년부터 이미 시행되고 있으며 그 혜택은 비슷하다. 고령운전자가 스스로 면허를 반납하면 버스나 택시 등 대중교통 할인을 해주거나 정기예금 추가금리 적용 등의 인센티브를 준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서 지난 2016년에만 34만명이 면허증을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반납비율이 크게 늘긴 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인 이유는 도로교통공단이 실시한 지난 2016년 운전자 신체능력 설문조사 결과, 70대 이상 운전자 75.5%가 자신의 신체능력이 '좋다'고 답한 반면 '나쁘다'고 응답한 사람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적 연령으로 고령에 달했지만, 대부분 자신스스로는 실제 면허를 반납해야할 수준까지는 아니라는 얘기다. 또한 생계와 관련된 고령운전자가 적지 않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신상철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신상철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고령 운전자가 증가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고령화 현상과 그 궤를 같이한다. 생물학적으로 당연히 젊은 사람보다 신체 반응속도가 늦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사고가 날 확률도 높다. 또한 고령 재취업이 어렵다 보니 상대적으로 쉬운 운전직을 선택하는 분이 많아 승객들에게는 큰 위험요소가 되고 있다. 나이가 들면 시력이 저하되면서 표지판이나 신호등을 눈으로 보고 뇌로 판단하는 인지능력도 따라서 떨어진다.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순발력 또한 떨어지기 마련이다.

고령 운전자를 사고로부터 지키는 일은 결국 자신을 보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언젠가는 우리도 나이가 들어 이처럼 보호받아야 할 때가 온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이다. 고령 운전자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핸들 잡은 노인을 모두 싸잡아 요주의 운전자 취급하면 그 또한 차별일 것이다. 차제에 어르신들이 운전대를 놨을 때 자존심에 상처를 받지 않도록 가족과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뒷받침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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