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우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언어학과 명예교수
'상공'시대의 인문학 주제로 '인간됨' 중요성 강조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중부매일과 문화학술분야 업무협약을 맺고 있는 중원포럼이 지난 15일 오후 6시 우민아트센터 세미나실에서 제131회 학술발표회를 가졌다.

김진우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언어학과 명예교수가 '상공'시대의 인문학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며 '인간의 옷'을 입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지효
김진우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언어학과 명예교수가 '상공'시대의 인문학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며 '인간의 옷'을 입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지효

이날 발표는 보은 출신 김진우(84)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언어학과 명예교수가 '상공'시대의 인문학을 주제로 진행했다.

김 교수는 "유교이념이 지배적이었던 조선시대에 신분과 직업의 위계가 '사·농·공·상(士·農·工·商)'이었던 것이 현재는 그 위계가 전복된 '상·농·공·사(商·農·工·士)'의 시대가 됐다"며 "상(商)이 경제를, 공(工)이 과학을 상징한다고 볼 때, '商工'의 우세와 압도에 처해있는 현 시대에 사(士)가 상징하는 인문학이란 무엇이며, 우리가 유의하고 지켜야 할 자세는 무엇인가를 규명해 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술·경제가 발전하는 피할 수 없는 글로벌 시대에 '인간적 요소'인 '인간다움'을 입혀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황금만능주의와 IT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대 대학은 학문의 세분화, 학문의 상업화, 학문의 사회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진리의 탐구보다는 실리의 추구를 꾀하는 기관이 됐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여기서 대학의 교육적 사명은 무엇이며 사회적 임무는 무엇인가를 묻는다.

그러면서 미국 8개(캘리포니아대, 커네티커트대, 하버드대, 일리노이대, 캔서스대, N캐럴라이나대, 스탠포드대, 위스컨신대) 대학에서 강조하는 인성·교양교육은 가장 많은 공통항목이 비판적 및 분석적 사고이며 그 다음이 통신기술·지능의 향상이다. 그리고 4개 대학에서 공통으로 윤리적·도덕적 감성, 심미가치관, 과학지식, 다문화성, 기초지식, 사회와의 연동을 꼽았다. 반면 제일 빈도가 적은것이 수학 기능이었다.

김 교수가 미국에서 40년 가까이 근무하며 한국 유학생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을 관찰하고 한국에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연세대에서 한국학생들을 가르치고 관찰한 결과 한국 대학생들은 외국에서 나온 결과와 반대로 수학·과학에 대한 지식, 정보시대의 통신, 분석적 지능이 외국 대학생들의 실력을 능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한국 대학생들을 위한 첫째의 인성·교양교육으로 '세계인 정신'을 들었다. 세계화 시대에 민족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공감권의 팽창'을 들었다.

그는 "공감대 형성은 초고속 인터넷이 시간과 공간을 고도로 압축시키는 21세기에 사는 우리에게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는 교양인이 갖추고 있어야 할 인성은 '준법정신'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인(仁)'의 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스티브잡스의 어록을 예로 들었다.

'여러분의 가정과 배우자와 친구에 대한 사랑을 귀중히 간직하십시요. 자신을 잘 돌보고 남들도 소중히 여기십시요. 당신의 자녀들을 부자가 되도록 가르치지 말고, 행복하게 되도록 가르치십시요. 그래서 그들이 자라면 물건의 가격(price)이 아니라 물건의 가치(value)를 알 수 있게 되도록. 음식을 약으로 드십시요. 그렇지 않으면 약을 음식으로 드셔야 됩니다. 인간(human being)과 인간됨(being human)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소수만이 이 차이를 이해합니다.'

김 교수는 "상·공의 정상에 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한 것은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문학을 모르는 과학자는 프랑켄슈타인 같은 괴물만 발명해낼 뿐입니다. 결론적으로 인문학은 지식만이 아니라 지혜도, 기술만이 아니라 예술도, 개념만이 아니라 이념과 신념도, 진리만이 아니라 사리(事理 propriety, reason)도, 천문(天文)만이 아니라 인문도 추구하는 조화된 인간교육인 것입니다."

김 교수는 "멋진 집에 살 것인가, 행복한 가정에서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자연과 인간은 불과분의 관계임을 설명하며 경제와 과학이 발달하며 각박해져가는 이 시점에 인문학의 옷을 입히자"고 거듭 강조했다.

 

김진우 명예교수는 누구인가?


1936년 충북 보은에서 태어났다. 1958년 연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영문학 학사와 언어학 석·박사를 취득해 미국 일리노이대학교에서 40여년간 언어학을 강의해왔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는 연세대 국문학과 석좌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KBS 해외동포상(2002), 동숭학술상(2008), 연세대 연문인상(2008), 외솔학술상(2011), Marquis Who's Who의 Lifetime Achievement Award(평생공로패, 2017) 등의 포상을 받았으며 국제한국언어학회 초대 회장, 국제인문언어학회 창립회원으로 회장을 역임했고 국제고려학회 북미지회도 창립회원으로 회장을 맡았었다.

김 교수가 언어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집안의 DNA 때문이었다.

김 교수의 부친은 故 김형기 충남대 국문과 교수로 조선어학회에서 우리말 연구가로 활동하며 우리말에 대한 위상을 널리 알린 인물이다.

최근 조선어학회의 우리말 지키기를 영화화해 상영되는 영화 '말모이' 끝에 나온 조선어학회 사진에 그의 부친도 등장한다.

김 교수는 "그 영화를 보며 생각지도 못했던 아버님을 만나게 되니 감회가 새롭고 아버님에 대한 긍지와 감격으로 가슴이 뭉클했다"고 밝혔다.

국어학자이며 우리말을 지키고자 했던 김 교수의 선친은 김 교수를 비롯한 자식들에게 그 당시 순 우리말 이름을 지어주기도 했다. 장남이었던 김 교수는 '맏한'이라는 이름을, 여동생은 '새별', 남동생들에게는 '읻한', '깃한'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었다고 회상했다.

강상중 중원포럼 이사장은 "중원포럼이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130명의 석학들을 모시고 좋은 내용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며 "김 교수님을 모시니 외국까지 확대된 글로벌 포럼이 됐다"며 더욱 발전되는 모임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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