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일수록 더 존중해 주어라
가족일수록 더 존중해 주어라
  • 중부매일
  • 승인 2019.02.19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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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뜨락] 이성범 수필가

얼마 전 원주 딸네 집에 일이 있어 아침 일찍 안식구와 함께 다녀오게 되었다. 일을 다 마치고 나니 어느새 오전 11시가 거의 다 되었다. 딸은 오신 김에 점심 식사를 같이 하자고 안식구에게 말을 건넨다. 그런데 그날이 마침 내가 주무자로 낮 12시에 회의를 소집한 것이 있어 도저히 점심을 딸네 식구들과 함께 할 형편이 못되어 서둘러 곧장 돌아와야 했다. 나는 안식구를 태우고 부지런히 달려서 약속시간 10분전에 회의장소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나는 급한 나머지 안식구에게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차에서 내린 아내를 보고 곧장 회의장으로 들어가기 바빴다.

모든 회무를 마치고 몇가지 일을 마친 뒤 저녁에 집에 돌아왔다. 아내도 직장 일을 마치고 나보다 일찍 집에 돌아와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과는 달리 몹시 얼굴색이 그리 좋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나는 안식구에게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당신, 어디 아파요? 아니면 회사에서 무슨 좋지 않는 일이 있었어요?"라고 물으니 하는 수 없이 겨우 입을 열어 이렇게 말하였다.

"나 오늘 당신한테 무척 실망 했어요, 어디 그럴 수 가 있어요, 오늘은 날씨도 무척 추운데 비록 시간이 없어서 우리 회사까지는 태워줄 수 가 없었다 하더라도 적어도 '당신, 오늘 수고 많았어, 추운데 어떻게 하지, 시간이 없어서 회사까지 태워 줄수 도 없구, 미안해서, 내가 택시 불러 줄께'라고 해야 되잖아요. 그러면 '내가 알아서 갈 테니 당신은 당신 일이나 잘해요, 이따 집에서 만나요'라고 할 것인데 이건 너무 한 것 아니예요. 아마 다른 사람한테는 이렇게 안했을 거요,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켰을 겁니다."

이 말을 듣고 나는 곧바로 안식구한테 진심으로 사과했다. "미안해, 좀더 내가 당신을 챙겼어야 했는데, 내가 생각이 너무 짧았어, 나 중심의 생각만 해서 당신 마음을 상하게 했구려, 다시 이런 일 없게 잘할게"하며 마음을 달래 주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가슴 한구석에 미안함을 금할 수 가 없었다.

이성범 수필가
이성범 수필가

그렇다. 사람은 누구나 외롭다. 사람들은 매우 상처받기 쉽고 내면적으로 민감하다. 인간관계에서의 손실은 사소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상대방의 가치와 관점, 관심사를 이해하는 것은 대인관계에서 매우 중요하다. '철의 여인'으로 불렸던 마가렛 대처 전 영국수상이 아르헨티나와의 포클랜드 전쟁에서 승리한 후 가장 먼저 한일은 250명의 전사자 가족에게 친필 편지를 쓰는 것이었다고 한다. 심지어 여름휴가도 반납하고 밤을 새워가면서 어머니의 마음으로 또는 부인이나 누나의 마음으로 눈물을 흘려가며 한통씩 진심을 담아 편지를 썼다는 일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우리는 자칫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살갑게, 때로는 무관심하게, 또 때로는 아둥바둥 싸우다가도 보듬고 사랑하며 살아간다. 가까운 가족이라는 미명아래 상대방에게 무관심하는 태도 아니면 나 중심의 생각으로 이런 것 쯤이야 이해해 주겠지 라고 하는 판단아래 행동을 한다면 상대방은 쉽게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 있다. 마음속에 있는 생각을 타이밍에 맞추어 지혜롭게 표현해야 한다. 자칫 가깝다라고 하는 가족이라고 하여 일방적인 나중심의 생각으로 행동한다면 관계형성에 금이 갈 수 있다. 그러기에 오히려 사랑하는 가족일수록 가족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을 더 존중해 주어야 한다. 어쩌면 남에게 받은 상처의 아픔보다 가족에게 받은 상처가 더 아플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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