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경구 아동문학가

난 다른 사람에 비해 콩나물 무침이나 국을 자주 먹는다. 나의 콩나물 사랑은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되었다. 맛있기도 하지만 순전히 키 때문이다.

나는 키가 작다. 초등학교 때는 전교생에서 제일 작은 편에 속하지 않았을까 싶다. 키 순서대로 번호를 정하던 중·고등학교 때도 7번 이상을 벗어난 적이 없다.

그래서 늘 앞자리는 내 차지였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앞자리가 좋았을 테지만 난 죽을 맛이었다. 선생님과 가까운 자리니 늘 긴장상태였다. 빨리 키가 커서 맨 앞자리를 벗어나고 싶었지만 키는 그리 빨리 크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신체검사 했다. 키를 잴 때는 눈을 최대한 위쪽으로 치켜뜨고 숨까지 참았다. 그럼 몸이 좀 늘어난 느낌이 들었다. 선생님이 조금이라도 늦게 쟀더라면 호흡곤란으로 몇 번 쓰러졌을 지도 모른다.

초등학교 때나 중학교 1학년 때 작은 키가 같은 급(?)이었던 친구들이 얼마 후 폭풍 성장을 했다. 그 친구들이 얼마나 부럽고 약이 오르던지.

게다가 중학교 때 제일 붙어 다녔던 친구는 또래 중에 제일 컸다. 1~2학년 때였는데 그 친구는 거의 180㎝ 이상은 되어 보였다. 그러니 우리 둘이 붙어 학교에 갈 때면 웃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땐 교복을 입고 명찰을 달아 학년 구분이 되었을 때였다. 같은 또래인데 한 명은 키가 제일 크고 한 명은 제일 작으니….

그러던 중 콩나물을 자주 먹으면 키가 큰다는 얘기를 들었다. 키 큰 친구에게 물어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친구네 집은 시루에 콩나물을 직접 길러 매 식사 때마다 콩나물이 올라온다고 했다.

그때부터 난 콩나물을 즐겨 먹기 시작했다. 콩나물 무침에 콩나물 국, 콩나물밥까지. 그래도 내 키는 변함이 없었다. 교복을 입어서 중학생 고등학생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초등학생 느낌이 들었다. 몸무게도 아주 조금 나갔으니 더 그랬던 것 같다.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몸무게가 18㎏이었고 고등학교 3학년 때는 43㎏이었으니 말이다.

첫 직장을 얻어 자취할 때도 콩나물국을 자주 끓여 먹었다. 혹시나 하는 콩나물 믿음에 또 그 믿음을 저버릴 수가 없었다. 라면을 끓일 때도 콩나물을 넣기도 하고 다 끓인 라면에 콩나물 무침을 듬뿍 넣어 라면과 함께 건져 먹기도 했다, 또한 콩나물 무침에 고추장을 넣어 밥을 비벼먹기도 했다. 김치를 넣고 국을 끓일 때도, 무슨 반찬을 만들 때도 콩나물을 막 넣었다. 어쩜 이런 내가 요리에서 앞서간 건 아닐까도 싶다.

왜냐하면 우리동네 유명한 칼국수 가게에 가면 콩나물 무침을 한 접시 준다. 그럼 대부분 그 콩나물 무침을 칼국수에 넣어 함께 건져 올려 먹는다. 아주 맛있다. 칼국수 가게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그 칼국수와 콩나물을 먹을 때면 어릴 적 라면과 함께 먹던 콩나물 느낌이 난다.

김경구 아동문학가
김경구 아동문학가

다른 반찬을 씹을 때보다 콩나물은 아삭아삭 씹는 소리가 좋다. 참 경쾌하다. 생긴 것도 음표 같고, 노랗고 뽀얀 게 참 예쁘다. 무엇보다 콩나물국은 열이 많은 사람에게, 몸살감기 증상이 있을 때, 술 마신 다음 날 좋다.

까만 보자기를 들추고 시루에 물만 주면 쑥쑥 금세 자라나던 콩나물. 여전히 나는 그 콩나물처럼 키가 자라나고 싶은 소망이 남아 있다.

그런데 이런 나에게 아내는 이젠 키가 줄어들지 않도록 소망을 가지라며 찬물을 확 끼얹는다. 콩나물시루에 물 한 바가지 뿌리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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