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이지효 문화부장

청주시 사직동 언덕배기에 자리잡았던 구 KBS청주방송총국을 기억할 것이다. 지금은 성화동으로 이사했고 그 자리에 2016년 7월 1일 청주시립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청주시립미술관은 부지 9천134㎡, 연면적 4천910㎡에 지하 1층, 지상 4층의 규모로 리모델링 됐다. 이곳에는 전시실, 수장고, 교육실, 자료실 등이 갖춰져 있다. 이곳은 청주시립미술관 본관이다. 청주시립미술관은 본관 외에도 3개의 분관을 거느리고(?) 있다. 청주·청원이 통합되면서 청원군립미술관에서 시립미술관 분원이 된 대청호미술관, 작가들을 양성해내는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오창도서관 내에 있는 오창전시관이 그것이다.

미술관 개관 후 1대 김수자 관장, 2대 연규옥 관장, 3대 홍명섭 관장이 청주시립미술관의 수장을 맡고 있다. 그런데 1대, 2대 관장에 모두 청주시 공무원으로 비 전문가였던 것이다. 현재 3대 홍 관장부터 전문인을 영입했지만 처음 설립했을 당시부터 '준비 없이' 지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기본적으로 관장과 학예팀이 꾸려져 전문가의 손길로 구성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거꾸로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현재 청주시립미술관에는 홍 관장을 필두로 관리팀과 학예팀이 운영되고 있다. 미술관의 꽃인 학예팀은 미술관에 맞는 전시를 기획하고 어떤 작품을 가져올 것인가 고민하는 역할을 한다. 이와 함께 자료실과 소장품 관리는 물론 교육 프로그램까지 맡아 해야 한다.

통상 공립미술관 전시는 일반 사립미술관이나 갤러리의 전시와는 달리 최소 1년전에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함에도 청주시립미술관의 인력 구성으로는 매년 당해 전시 실행을 수개월전에 급박하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5급 상당의 관장과 6~9급의 학예연구사들로 채용돼 업무의 중요도에 따라 사무가 배치되지만 청주의 경우 경력차이가 현격해도 균일한 급수로 인해 선후임의 업무 구분이 애매한 것이 현실이다.

현재 본관을 비롯해 3개의 분관이 있는 미술관이라고 하기에는 학예연구사 인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군립미술관 시절 관장과 학예사 등 최소 3명 이상으로 운영돼왔던 대청호미술관도 시립미술관 분관이 되면서 학예연구사 1명이 모든 업무를 맡아하고 있는 실정이다.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도 미술관 분관이 되기 전 도서관 소속으로 2명의 학예연구사가 배치돼 운영했던 곳이지만 마찬가지로 시립미술관 분관이 되면서 1명의 학예연구사만 배치된 상태다. 특히 최근 이름있는 3명의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래디컬 아트'전이 열리는 오창전시관에는 학예인력이 1명도 없는 상황이다. 모든 업무를 본관에서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이지효 문화부장.
이지효 문화부장.

6명의 학예연구사가 있는 청주에 비해 청주보다 연면적이 적은 부산시립미술관은 12명의 학예연구사가, 대전시립미술관도 9명의 학예연구사가 있다. 이곳은 청주처럼 분관이 3개씩이나 있는 것도 아니고 1개의 분관만이 있는데도 말이다. 심지어 홍보인력까지 배치돼 있지만 청주는 학예연구사들이 모두 수행해야 한다.

홍 관장 취임 후 나눴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청주시립미술관장으로 오게 됐다고 했을 때 많은 지인들이 기대를 걸었다고 했다. 그도 마찬가지로 서울미술관에서 하지 못하는 전시를 하고 싶었지만 그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했다. 1명의 영향력으로는 바꿀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학예직도 계약직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재 청주시립미술관은 최소한의 인원으로 훌륭한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청주시민들에게 더 알차고 좋은 전시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전문인력 증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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