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한병선 교육평론가

학교폭력은 우리 사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은 물론 유럽, 일본에서도 학교폭력 문제는 심각하다. 미국의 경우는 이미 강력한 왕따방지법을 시행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도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도 '학교폭력에 관한 법률'들이 정비되어 있다. 그럼에도 학교폭력 문제는 여전히 심각한 문제다. 갈수록 지능화, 범죄화 되어가고 있다.

폭력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여러 대책들이 나오긴 하지만 그 효과는 미미한 상태다. 성장기 아이들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특성 상, 마술과 같은 처방이 나오기는 어렵다. '예방과 대책', '사후관리'라는 두 개의 틀 안에서 상시적으로 꾸준하게 지혜를 모을 수 밖에 없다.

정책적 지원은 폭력의 예방과 관리측면에서 효과를 낼 수 있다. 문제는 학교폭력이 정책의 미비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를 실제로 적용하는 현장의 실천력 문제다. 모든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는 말도 이런 맥락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학교에서, 혹은 교실 내에서 교사들이 교육력을 발휘하여 선제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해법의 열쇠다.

학교폭력은 근본적으로 사회의 전반적인 폭력문화와 밀접한 관련성을 갖는다. 뿐만 아니라, 사회폭력으로 이어지는 '씨앗역할'을 한다. 전체 폭력의 초기부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초등학교 학생들의 폭력이 중고등학교로, 중고등학생들의 폭력이 다시 군대나 사회폭력으로 이어진다.

큰 틀에서 보면, 스포츠 폭력도 교육활동 중에 벌어지는 폭력의 한 가지 형태다. 학교 스포츠의 경우도 그렇다. 운동을 하는 학생들 선후배 간에 폭력은 수시로 발생한다. 군대폭력도 선임병과 후임병 간 교육활동 속에서 일어난다. 특정 직업군에서 발행하는 폭력도 마찬가지, 선임자들이 후임자들을 교육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된다.

필자가 주장하듯, 폭력은 '사회적 유전성'을 갖는다. 폭력을 당하며 훈련한 선수들이 지도자가 되어 폭력을 휘두르게 되고, 체벌과 괴롭힘에 시달렸던 후임병들이 고참이 되어 다시 똑같은 방식으로 후임병 길들이기를 한다. 학교에서도 폭력에 노출되었던 학생들이 다시 폭력을 휘두르는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얼마 전, 한 기술학교 기숙사내에서 발생한 폭력은 대표적인 사례다. 가해학생들은 수년 동안 선배들에게 당한 그대로 후배들에게 '십자가형'이라는 폭력을 행사했다. 참고로 십자가형 폭력은 피해자의 양팔을 움직이지 못하게 침대 난간에 묶어 놓고 폭력을 가하는 형태다. 폭력이 또 다른 폭력으로 그대로 전해진다는 시사다.

여기에 학교폭력 해결의 중요한 단서가 있다. 학교폭력은 단순히 학교 내에서 발생하는 폭력의 문제가 아닌 다양한 폭력과 의미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폭력문화의 제거에 맞추어져야 한다. 비폭력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한병선 문학박사·교육평론가
한병선 문학박사·교육평론가

폭력에 대한 민감성도 높여야 한다. 사회를 가장 강력하게 통제하는 것은 문화다. 문화에 의해 사회는 유지 발전한다. 폭력적인 문화가 만연하는 분위기 속에서 학교폭력만을 따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폭력을 경계하는 훈습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었을 때 학교폭력도 줄어든다. 학교폭력이 스포츠 폭력이나 군대폭력으로, 다시 사회폭력으로 악순환 되는 고리를 끊어야 한다.

더하여, 현장 교사들의 인식과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앞서 기숙학교에서 발행한 사건에 대한 교사들의 반응을 보면 그 이유를 단박에 알 수 있다. "피해학생이 그렇게 힘들었다면 왜 학교를 그만 두지 않았을까요, 피해자가. 그런 폭력에 어느 학생이 견딜 수가 있겠어요. 벌써 자퇴를 하거나 심각한 우울증이랄지, 아니면 자살을 한다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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