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 / 아르튀르 랭보

여름날 푸른 석양녘에 나는 오솔길을 걸어가리라.
밀 이삭에 찔리며 여린 풀 밟으며,
꿈꾸듯 내딛은 발걸음. 나는 산뜻한 풀잎들을 발에 느끼며,
들바람이 나의 맨머리를 씻게 하리라.

아무 말도 하지 않으리, 아무생각도 하지 않으리,
그러나, 맘속에 솟아오르는 끝없는 사랑.
나는 가리라, 멀리 더 멀리 마치 보헤미안처럼
자연속을 여인과 함께 가듯 행복에 젖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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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일 시인.
최호일 시인.

천재 시인 랭보가 16세에 쓴 시다. 그는 이미 16세에 인생을 다 살아버린 듯하다. 어떻게 보면 평범하기만 한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세계적인 시가 되어버렸다. "밀 이삭에 찔리며 여린 풀 밟으며,// 들바람이 나의 맨머리"를 자극한다는 것이 감각적 표현의 전부다. 더구나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자들이 상투적으로 쓰는 말투인 "아무 말도, 아무 생각도 하지" 않겠다고 한다. 한술 더 떠 진부한 단어인 '사랑'이나 '보헤미안', '여인' '행복' 마저 등장한다. 그러나 다 읽고나면 잉크병이 넘어져 하얀 교복에 밸 때 처럼 선명한 잉크가 스며든다. / 최호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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