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박현규 옥천군청 문화관광과 주무관

어린 시절 시골 할머니 댁에 갔을 때 들녘에 세워져 있는 허수아비와 안방구석에 고이 모셔 둔 콩나물시루가 기억난다.

빽빽이 시루에 들어서 있는 콩나물은 조금이라도 관리를 소홀히 하면 금새 먹지 못하게 된다. 빛은 막아야 하고 물은 자주 줘야 한다. 마치 현대사회의 도시 속 청년들과 같다.

반면 들녘에 허수아비는 외롭다. 경쟁상대도 별로 없다. 그냥 꽂혀둔 채로 제자리에 서서 다가오는 새들을 내쫓으면 된다.

오늘날 농촌청년들과 그 모습이 유사하다. 올해 정부는 경제정책 초점을 청년 취업률 증가와 중소기업 활성화에 맞췄다.

역으로 생각하면 체감경기 악화의 주원인은 청년실업과 중소기업 경영난이라고 할 수 있다. 참 아이러니 하다.

왜일까? 농촌은 일할 청년이 부족하고 도시는 청년들의 일자리가 없다며 정치인, 경제인 할 것 없이 한목소리다.

정책이 변해야 한다. 청년들이 왜 중소기업에 가지 않으려 하는지 알아봐야 한다. 청년들이 처한 현실과 문제를 그리고 원하는 바를 들여다봐야 한다.

중소기업의 급여수준, 복지, 조직문화 이런 것들이 문제일까? 그럴 수도 있지만 더 확대해 봐야 할 것은 청년 개인의 삶이다.

배우자, 자녀, 부모님과 함께 따듯하게 두 발 뻗고 편히 쉴 수 있는 우리 집이 그들에게는 절실하다.

박현규 옥천군청 문화관광과 주무관
박현규 옥천군청 문화관광과 주무관

옥천군은 올해 청년전세 대출금 이자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전세자금을 대출받았을 때, 잔액의 2%정도 최대 100만원을 현금으로 준다. 이자뿐만 아니라 원금까지도 매달 조금씩 도와준다.

청년들이 내 집 마련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 이 사업을 좀 더 현실적으로 확대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단 옥천 같은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청년들에게만 지원을 해야 한다. 도시와 농촌 간 다른 청년지원 정책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시루에 들어선 콩나물들이 들녘에 서있는 허수아비와 친구하자고 농촌으로 가지 않을까 한다.

도시와 농촌의 차별화된 지원정책이 도·농간 인구 균형을 맞추고 경기도 회복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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