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주는 부모산
아낌없이 주는 부모산
  • 중부매일
  • 승인 2019.02.24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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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숲해설가

남쪽에는 봄맞이 매화가 활짝 피기 시작했습니다. 봄은 들판을 따라 산으로 이어집니다. 청주를 대표하는 산은 무심천을 중심으로 우암산과 부모산으로 나누어집니다. 부모산은 봄이 청주로 들어오는 입구를 맞이하는 산으로 거칠지 않고 온화한 부모와 같은 산입니다.

부모산은 예로부터 다양한 산으로 불리며 역사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부모산이라는 이름은 고려시대 몽고 침입이 있어 마을 사람들이 산 위 성안으로 대피했던 때로 돌아갑니다. 대피 시일이 길어지면서 성안에 물이 떨어졌을 때 샘물이 솟아나 아무 탈 없이 주민들이 내려왔다고 합니다. 그 후에 부모와 같은 은혜로운 산으로 부모산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하는데 지금도 부모산성과 샘이 나오는 모유정이 남아 있습니다.

부모산은 오랫동안 마을과 가까워 인가 주변 숲의 생태를 보여줍니다. 원래 자리를 잡고 살아온 참나무와 소나무가 군락으로 있고, 식재된 리기다소나무, 밤나무, 목련이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특히 밤나무는 골짜기 주변에 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봄이면 오래된 목련들이 숲길에 있어 별처럼 하얀 목련꽃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연화사로 오르는 임도를 따라 봄이면 벚나무들과 개나리, 죽단화가 꽃을 피워 봄밤의 꽃구경이 가능한 곳이기도 합니다.

부모산은 인가, 밭, 논과 숲이 인접해 있어 다양한 들풀들도 살아가고 있습니다. 논 주변으로 쇠뜨기가 자라고 양지바른 산소에는 할미꽃과 타래난초들이 있습니다. 숲길 주변에는 태자삼이라 불리는 큰개별꽃들이 군락을 이루고 꽃을 핍니다.

여름이 오는 밤이면 부모산 숲은 떠들썩 해집니다. 바로 곤충들의 짝짓기가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 그렇게 찾아다녔던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가 부모산 숲에 많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컴컴한 밤에 큰 몸을 붕붕 날아다니며 짝짓기에 열중하는 장수풍뎅이의 모습은 한 편의 다큐를 보는 것 같습니다.

이곳의 주변에 숲이 점점 잃어가면서 부모산은 숲새들의 쉼터로 몰리게 되었습니다. 까치와 어치, 큰오색딱따구리, 오색딱따구리, 쇠딱따구리, 동고비, 박새, 오목눈이, 딱새 등 다양한 새들이 부모산에 서식지를 만들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숲해설가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숲해설가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부모산의 숲 자락들은 점점 훼손되고 있습니다. 낮은 능선에는 계단식으로 토목공사가 이루어져 전원주택 부지가 만들어졌습니다. 산림 훼손은 부모산만에 일은 아닙니다. 청주시 주변의 숲들도 공장부지, 전원주택 부지로 개발돼 외부로 나가는 길에는 온통 누런 흙들이 드러나 있습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청주시 4개 구 산지전용 개발 면적이 총 458만6천343㎡입니다. 쉽게 여의도 면적의 두배 정도의 숲이 사라졌습니다.

부모산은 시민들이 가까이 숲을 즐길 수 있도록 둘레길과 숲속길을 조성하였습니다. 하지만 올 겨울에 숲의 일부가 벌목되었습니다. 몇십 년 된 참나무와 목련나무들이 잘려서 쌓여 있습니다. 숲길은 벌판이 되었고 여기저기 나무가 있던 흔적만 덩그러니 남아있습니다. 이 곳은 목련 숲으로 시민들이 쉴 수 있는 평상과 시원한 샘이 나오는 곳입니다. 숲길을 걷다 더운 몸은 쉬는 곳이었는데 이젠 잘린 목련 밑둥이만 남아있습니다. 몇 해를 살아온 나무 한 그루는 새로 심긴 어린 나무의 비해 수십 배의 생태적인 역할을 합니다. 부모산에 벌목된 나무들은 최소 30년이 된 나무들입니다. 이런 숲이 사라지는 것은 30년이라는 시간이 사라진 것과 다름없는 일입니다. 숲은 다시 조성하면 숲이 되겠지만 그동안 사라진 시간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생명을 지키는 것은 부모의 마음으로 오랜 시간을 지켜봐야 합니다. 그 자리를 지켜온 부모산의 마음처럼 앞으로 살아갈 후손들의 시간을 지켜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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