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단상(斷想)
시간 단상(斷想)
  • 중부매일
  • 승인 2019.02.24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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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뜨락] 이종완 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우리 집 베란다에 터를 잡고 있는 야영화 꽃나무가 앙증맞은 여린 순을 틔웠다. 봄이 약동하는 섭리를 어김없이 지켜가며 과격하면서도 은밀하게 빈틈없이 제 모습을 순간순간 변화시킨 명증(明證)이다. 찰나(刹那)의 시간마다 게으름 피우지 않고 본연의 역할을 치열하게 해낸 수고스러움은 감쪽같이 숨기고 꽃망울을 순식간에 터트린다. 싹이 트고 꽃망울이 터지는 경이로움은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버텨온 시간에 대한 보상이다.

산다는 것은 시간 여행을 하며 경험을 축적해가는 여정이다. 배철현 교수는 "모든 현상을 아우르는 우주의 원칙이 있다. 원칙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괴물에 가깝다. 시간이 지나면 흔적도 없이 만물을 삼켜버리는 괴물.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괴물은 바로 '시간'이다. 시간과 세월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시간은 그 무엇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흘러가버린 뒤, 결코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시간은 사람들의 감정과 느낌과 행동을 주재하고 관여하며 다양한 인생을 빚어낸다.

장석주 작가가 말하는 시간이다. "인생에는 시간에 의해 생긴 음영과 굴곡들이 드리워진다. 우리가 시간의 지배 아래에서 제 삶을 꾸리는 까닭이다. 탄생과 죽음도 시간 속에서 겪는 실존 사건이다. 그런데 이 시간은 균질하지 않을뿐더러 그 속도와 길이와 느낌도 제각각이다. 인생에서 겪은 시간들은 예속이고 은총이며 저주다. 아울러 크고 작은 시간 경험은 우리 인생의 중요한 축이다. 시간은 나이를 쌓아 우리를 노년으로 데려간다."

삶의 기적은 시간속의 경험으로 펼쳐진다. 과거의 시간 경험이 회한(悔恨)으로 기억되면 실패한 삶에 가깝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다가오면 성공한 삶에 가깝다. 금싸라기 같은 소중한 시간을 의미 없이 흘려보내고 있다면, 고통이 따르더라도 순간순간의 시간에 집중해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 나서야 한다. 이 결정적인 순간이 삶을 좀 더 진실에 가깝게 해주고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품격과 품위에 감동적인 자태가 더해지는 멋진 인생은 시간의 경험을 매순간 성찰하는 삶의 자세로 깊어진다.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시간의 시작과 끝은 볼 수 없고, 알기도 어렵다. 오늘의 시점에서 어제의 시간을 회상하고 내일의 시간을 그려볼 뿐이다. 오늘의 삶은 어제의 시간을 망각하고 집착하는 방식과 내일의 시간을 희망하고 상상하는 방식으로 존재한다. 뤼디거 자프란스키도 "인간은 항상 시간을 선취해가며 기대와 염려로 짜인 지평을 펼쳐간다."고 했다. 어제의 시간 경험을 망각하고 오늘의 시간 경험에 희망을 품으며 역경을 견디고 내일의 시간 경험을 설계한다. 매순간 자신을 감동적으로 혁신하지 않는 사람에게 시간은 인생무상으로 나타난다.

인생의 시간은 우주의 시간에 비하면 쏜살 같이 왔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찰나의 순간이다. 시간이 우리를 먹이고 재우고 쓰다듬으며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시킨다. 한 사람의 인생을 빛나게 하고 정체성을 확립해주는 것도 바로 시간의 흔적이다. 각자가 걸어가야 할 최선의 인생길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삶의 태도는 시간 경험의 가치에 대한 모독이다. 일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을 때 낙담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시간의 경험이 주는 힘을 믿고 버티는 삶은 경이롭고 위대하다. 시간의 두려움과 무서움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식은 순간순간의 시간을 주인으로 사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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