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노총이 지난 20일 오후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작업 중 사망한 비정규직 근로자의 작업현장을 공개했다. 사진은 사고가 난 공장 내 컨베이어벨트 주변. / 연합뉴스
민주노총이 지난 20일 오후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작업 중 사망한 비정규직 근로자의 작업현장을 공개했다. 사진은 사고가 난 공장 내 컨베이어벨트 주변. / 연합뉴스

충청권 산업현장의 안전이 위협을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지난 20일 발생한 외주 근로자의 사망사고는 언제부터인가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는 충청권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더구나 한화 대전공장 폭발사고 등 최근 이목이 집중됐던 잇단 산업재해가 대그룹 계열사나 공공기관 등에서 발생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에 더 열악한 중소기업 등의 유사 사고발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한 이로 인해 충청권의 이미지가 나빠지는 등 지역에 미치는 악영향이 적지않다 할 것이다.

이번 현대제철 사고를 여타의 산업재해에 비해 무겁게 봐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 회사의 산업재해 사고 이력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부터 이번 사고까지 이 곳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한 근로자만 36명에 이른다고 한다. 1년에 평균 3명이 일을 하다 죽었다는 것인데 이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범주를 벗어난 것이다. 더구나 이 공장은 잦은 사고로 인해 지난 2013년 관계부처의 특별근로감독을 받은 뒤 안전관리 위기사업장으로 관리를 받았고, 불과 1년여전인 지난 2017년 12월에 또 다시 대대적인 근로감독이 실시되는 등 요주의 작업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작업중 근로자 사망사고가 이어지면서 '만성 산업재해 사업장'이란 낙인이 찍혔지만 이번에도 사고가 되풀이됐다. 이 과정에서 지난 2013년 1천100건이 넘는 안전관련 법 위반 사례가 확인됐으며, 최근의 근로감독에서는 폭발을 대비한 방폭설비 허술과 감전방지 장비 관리 미비 등을 포함해 340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사용중지 명령 3건과 과태료 부과 28건이 적발됐다. 하지만 이같은 근로감독이 무색하게 지난해 2명, 이번 사고로 또 1명 등 사망사고가 끊이질 않고 발생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회사측의 안전 개선조치는 물론 정부당국의 근로감독 역시 무용지물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처럼 사고 발생이 거듭된 산업재해 현장의 개선조치들이 말뿐이었다는 사례는 어렵지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지난 14일 대형 폭발사고가 발생했던 한화 대전공장은 1년전 유사한 사고를 겪고도 그동안 안전대책이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는 관계자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당진제철소와 한화 대전공장은 생산업무와 현장 상황, 근로여건 등이 달랐음에도 안전불감증이란 공통점을 안고 있었으며 이로 인해 사고가 재발된 것이다.

충청권에서는 앞서 지난해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청년이 작업중 운명을 달리하는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등 산업재해로 바람잘 날이 없는 형국이다. 이번 당진제철소와 비슷한 상황이었는데, 이로 인해 위험의 외주화 방지 등 산업 현장의 안전규제를 대폭 강화한 '김용균법'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들 사고는 근로자 개인의 생명을 앗아간 것은 물론, 해당 업체의 기업활동에 막대한 차질을 주는 한편 산업재해 다발지역이라는 오명을 충청권에 남기는 등 지역으로서도 적지않은 부담을 짊어지게 만든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살기좋은 지역을 만들려면 지역내 기업체 등 구성원 모두가 뜻과 힘을 모아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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