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공화국 만드나 반발 잇따라 비수도권 '부글부글'
북·미 정상회담 따라 대기업 규제해제 접경지역 투자 예고
지방분권연대, 연대 동력도 상실·지방 생존권 심각한 위협

SK하이닉스 청주 제3공장 입구 / 중부매일 DB
SK하이닉스 청주 제3공장 입구 / 중부매일 DB

[중부매일 김성호 기자] 노무현 정부보다 더 강력한 국가균형발전과 연방제수준의 지방분권을 국민과 약속한 문재인 정부가 오히려 대규모 수도권규제완화를 노골화하는 등 대한민국의 수도권 일극 중심 국가라는 위험수위를 조장·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경제 활성화 등 일자리 창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20조원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를 대기업인 SK하이닉스의 입맛 등 요청에 따라 경기도 용인으로 최종 결정하면서 봇물 터진 수도권규제완화 정책에 비수도권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오는 27일 예정된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이미 모든 규제가 해제된 접경지역 벨트나 미군공여구역(주한 미군이 이전한 옛 주둔지)에 대한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도 예고되고 있어 이래저래 비수도권의 지역 경제는 어두움 그림자만 드리우는 형국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수도권규제완화 정책에 대응하는 비수도권 연대는 물론 지방정부나 시민사회단체 등의 반대를 위한 추가 동력도 약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민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2006년 SK하이닉스의 경기도 이천공장 신·증설 움직임 당시 지역균형발전협의체 등은 서울 광화문 앞에서 1천여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어 수도권규제완화 문제를 크게 이슈화 시켰다.

이 때 대규모 반대 집회는 청주공장 신·증설을 요구하는 충북과 관련 사업이 구미에 집적돼 있는 대구·경북 등이 주축이 됐고, 수도권 시민단체(환경분야)도 이천이 자연환경보전구역(상수원보호구역)이라는 점을 들어 비수도권과 연대하는 등 결국 참여정부의 이천공장 신·증설을 무산시킨 바 있다.

하지만 이번 SK하이닉스의 용인 투자 계획은 지난 2006년과 달리 자연환경보전권역외 지역인데다 문제가 될 만한 이렇다할 이슈도 없어 수도권 시민사회의 반발은 고사하고라도 비수도권 연대 동력도 크게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접경지역 벨트 등 향후 있을 추가적인 수도권규제완화에 대한 비수도권의 대응이나 시민사회의 동력까지 이 같은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상당수의 분권 운동가들이 강하게 우려하고 있다.

이두영 지방분권전국연대 공동대표는 24일 "(전국 시민사회가) 문재인 정부의 추가적인 수도권규제완화는 막아야 한다는 분위기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전국 시민사회 등은 수도권규제완화에 원칙적으로 반대하지만 (강려한 반대 운동을 펼칠) 추가 동력은 사실상 없는 상태"라고 분권 운동가들의 우려를 뒷받침 했다.

그는 특히 "수도권은 이미 지방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돼 비수도권의 생존권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어 양심 있는 학자들은 비수도권이 수도권의 식민지가 돼 버린지 오래라고 탄식한다"면서 "제3차 국토종합계획 시기까지 우리나라 전체 SOC예산의 60% 가량을 국토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집중적으로 퍼부었는데 이것이 수도권과밀집중을 초래한 큰 원인이고 아직도 개선되지 않는 진행형"이라고 분개했다.

그는 그러면서 "왜 중앙정부를 비롯한 수도권 기득권 세력들은 수도권과밀집중으로 인한 사회적비용을 조사연구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한 뒤 "정부여당의 입장에서 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창출이 당장 다급하고 내년 총선이 중요할테니 비수도권에서 강력히 반대해도 용인의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을 강행할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엄중한 심판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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