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순덕 수필가

가난한 옹기장수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한 시대의 어른으로 사셨던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지 어느새 10주년이 되었다. 스스로를 바보라 부른 김 추기경의 사랑과 나눔 정신은 종교를 초월해 국민들에게는 기댈 수 있는 언덕이었다.

사회적인 이슈를 접할 때마다 늘 현재와 미래를 함께 고민하며 그리스도인들은 물론 우리나라의 국민들까지 생각한 이 시대의 어른이셨던 김수환 추기경.

그러고 보니 2009년에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하시고 2010년에는 불교계의 어른이었던 법정 스님마저 입적하시니 국민들의 상실감이 컸던 것으로 기억된다.

모든 종교의 근본은 사랑이다. 다른 종교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고 나아가 서로 배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겸손을 몸소 보여주신 두 어른이셨다.

어려울 때 누군가에게 길을 묻고 올바른 길로 함께 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안인지 두 분을 통해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나라가 혼란스럽고 시끄러울 때마다 대한민국의 '어른'으로 칭송된 김 추기경님과 법정 스님은 그래서 여전히 그리운 사람들인가 보다.

구정 연휴가 끝나고 어느 모임에서 요즘 어른에 대한 이야기들이 화제로 올랐다.

집안 어른의 역할도 시대에 따라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어쩔 수 없이 바뀌어야만 하는 사회적 구조에 동의하기도 하였다.

명절을 맞아 온 가족들이 모이다 보니 갖가지 이야기들이 집안의 특색대로 대화 속에 나왔다.

먼저 호칭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 나눔에서는 남편을 오빠로 부른다거나 시누이를 언니로 부르는 것은 이제는 애교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방송에서 남편을 오빠라 부르는 출연자를 아나운서가 그때그때마다 남편이라고 고쳐서 대변해 주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모든 방송에서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시대가 그만큼 변한 것이다.

처음 남녀가 만나 관계 형성에서 습관처럼 배인 호칭을 결혼과 동시에 바꾼다는 것은 서로에게 어색하고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혼을 한 남녀가 집안 어른들이나 부모 앞에서 하대하듯 '00야'라고 이름을 부르는 모습을 바라보는 마음은 불편하고 때로는 민망하기도 하다.

관습이나 법률에 따라 부부 관계를 맺는 제도인 결혼은 법적 사회적으로 관계를 인정받으며 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권리와 의무가 부여된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다.

'00야'라고 부르기보다는 '00씨'라고 불러주며 서로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짚어주는 것도 어른이 할 도리일 것이다.

세상에서 대인 관계처럼 복잡하고 미묘한 일이 또 있을까 싶다.

김순덕 수필가
김순덕 수필가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고정관념으로 저마다 자기 나름의 이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갓 시집온 새댁이 시댁에 와서 시어머니에게 같이 식사하시라는 말도 없이 시아버지와 마주 앉아 먼저 밥을 먹는 모습이 황당하였다는 말에 두 가지 반응이 있었다. 한 부류는 요즘 아이들 다 그러니 이해해야 한다는 사람들과 또 다른 부류는 집안의 어른으로서 기본적인 예절은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후자의 말에 동의한다는 말에 '유교의 시조((始祖)인 공자는 죽었다'라고 답하는 사람을 보며 다양한 생각들이 공존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새해에는 누군가보다 나이가 많은 어른이 아니라 어른의 의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건강한 어른들이 많은 사회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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