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주보 전경.
공주보 전경.

임기내 성과에 매몰돼 졸속 경제정책을 내놓았던 현 정부가 이번에 환경과 관련된 사업에서 또 다시 졸속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22일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가 발표한 금강·영산강의 5개 보 처리방안이 그것인데 공주 등 일부지역에서는 피해 발생이 불보듯한데 대책도 없고, 현장의 목소리도 듣지도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일부 학자들은 이번 결정을 위한 조사연구가 비과학적이고 자의적 해석 등 객관성을 상실했다고 지적하고 있어 이에따른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 결정이 나오자마자 제기된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과 전문가들의 지적은 당장 정치권의 시비거리가 됐다. 자유한국당에서는 "이번 보 해체는 '전 정권 지우기'"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위원회가 밝힌 보 철거에 따른 홍수예방·관광객유치 등의 경제적 효과는 근거자료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수질 분석지점이 몇곳에 불과했고, 자의적 가정을 전제로 '친수활동 증가에 따른 편익' 평가를 내놓았는가 하면, 홍수예방을 위한 준설 비용 등은 고려되지 않았다. 즉, 철거를 전제로 무리하게 서두르다보니 '끼워맞추기식' 연구 조사라는 비판을 자초한 것이다.

농민들을 비롯해 해당지역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공주보의 경우 미리 농업용수 확보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큰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하천 수위가 낮아지면 하천변 지하수와 지천의 수위가 낮아질 수 밖에 없어 농가로는 애가 탈 일이다. 이에 이 지역 시민단체들은 환경부 항의방문에 이어 곧 대규모 반대 집회를 개최하는 등 정부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세종시민들의 쉼터로 인기를 끌고 있는 전국 최대 인공호수인 세종호수공원도 불똥을 맞게 됐다. 세종보가 철거되면 금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호수공원의 물 공급에 차질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철거문제로 또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지난 2009년부터 22조원이란 천문학적 예산을 들여 한강·금강·낙동강·영산강 등 4개강에 16개의 보를 건설한 사업이다. 사업 추진전부터 환경오염과 유지비용 문제 등이 대두됐으나 정치적 판단에 따라 결국 사업은 졸속으로 강행됐다. 하지만 이어진 박근혜 정권에서 당초 목표한 홍수·가뭄 예방, 수질 개선 등의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평가속에 불과 10년도 안돼 무용론과 함께 해체론에 직면했으며 이번 결정으로 철거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애초 사업구상 자체가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데다, 졸속으로 진행돼 갖가지 부작용이 속출하는 등 4대강 사업은 '태어나지 말아야 사업'이었던 만큼 이를 자연으로 되돌리는 것은 당연하고 바람직한 일이다. 문제는 한번 손대면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수많은 국민들의 삶과 직결된 일인데도 명분만을 내세워 또 다시 졸속으로 일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은 흘러야만 한다, 억지로 막아서도 안되지만 그렇다고 물이 고이는 웅덩이를 없애버리면 물속과 물길은 엉망이 되고 만다. 졸속은 진정성을 엉망으로 만들고, 부실이란 샛길로 빠지기 십상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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