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유일 '약사 시인' 삶·약국 풍경 담은 '시편'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약사 시인'인 김청미 시인(54)이 등단 21년 만에 첫 시집 '청미 처방전'(천년의시작 刊·112쪽)을 발간했다.

(주)천년의시작 출판사에서 기획한 '시작시인선 시리즈'(284호)로 김 시인의 시 62편을 수록한 '청미 처방전'을 세상에 내놓았다.

김 시인은 충북 문단의 시인 가운데 유일한 약사다. 시집 제목 역시 그의 직업을 연상하게 하는 '청미 처방전'이어서 눈길을 끈다.

그는 늘 의사로부터 처방전을 받아 약을 짓는 약사지만, 시집에서 의미하는 '처방전'은 의사의 처방에 따라 환자에게 약을 주는 약사로서가 아니라 따뜻한 마음으로 상처를 치유하도록 하는 '시인의 처방전'이다.

이 시집의 1부는 사회 전반에 관한 시인의 생각을 서정적으로 빚어낸 시들을 묶었고, 2부는 약국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와 환자들의 아픈 마음조차 낫게 해주려는 사랑과 포용의 시들을 모았다.

3부는 가족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 치열하게 살아온 삶의 모습을 선보인 시들을, 4부는 등단 직후 폭넓게 인간과 사물을 사유(思惟)한 시들로 구성했다.

삶에 관한 성찰을 담담히 고백하는 그의 시에는 멋스러움이나 감상보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깊게 스며들어 있다. 삶과 시가 합일한 세계를 그려내려는 시인의 문학적 염원을 담았다.

시집 해설을 쓴 강형철 시인은 "그의 시는 철저하게 삶과 같이 가는 시였고, 삶의 반성문이자 자경문이었다"라며 "시와 삶이 별도로 놀지 않고 서로를 끌어가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청미 시인

1980년대 중반 전남대학교 약학대학 학생회장을 하며 민주화운동에 나섰던 인물로 알려진 김 시인의 삶을 오랜 세월 가까이서 지켜본 강 시인은 과거와 현재의 경계에서 그의 작품을 읽어 냈다.

또 박두규 시인은 표사(4)에서 "그는 누구보다 사람에 관해 폭넓은 애정을 보여 온 사람이다"라며 "늙고 가난해서 더 외로운 노인들의 마음을 풀어주고, 많은 사회적 약자에게 온갖 정성을 쏟으며 자신을 일깨워온 시인이다"라고 적어 놓았다.

두 시인의 표현대로 지난 1998년 등단한 김 시인은 학생운동을 하던 과거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현재로 넘어와 현실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을 위로하고 사랑할 방법을 찾았다. 그것이 '청미 처방전'인 것이다.

그는 늦깎이로 첫 시집을 내기까지 세월의 굽이를 돌고 돌아 언어의 숙성 기간을 가졌다.

인간의 병든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오랫동안 곡진함으로 '처방전'을 준비한 시인의 영롱한 언어가 빛나는 시집이다.

김 시인은 시집 속 '시인의 말'을 통해 "시인이 아닌 적도 없었지만, 시인인 적도 없었다"라며 "최선을 다해 살아왔으나 한 줄의 이력도 붙일 수 없는 지나온 세월 같은 나의 시를 가여운 마음으로 들여다보면서 이제 시인으로 불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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