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다음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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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매일 행복하자. 제23회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전 회차 매진을 기록한 화제작이다. 맑은 마음이 온전한 삶으로 이어지길 갈구하던 전국의 차인들에게는 한줄기 빛과 같은 사연이 되겠다.

아니나 다를까. 관람실 안에는 붉게 비치는 빈 의자들의 뒤태만 총총했다. 다도를 통해 참 행복을 느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한정된 숫자에 불과하다는 현실에 영화가 끝나는 내내 아쉬운 마음을 떨칠 수 없었다. 더구나 전 회차 매진되었다는 부산과 너무 대비되는 청주 차 문화의 가치적 실태에 실망이 앞섰다.

'진정한 행복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라는 삶의 화두를 숙련된 다도 생활로 풀어나가는 일본영화다. 16세기 말 전국시대, 리큐가 완성한 차노유를 중심으로 한 일본의 다도는 사람의 품위를 높이는데 필요한 격(格)그 이상을 요구한다. 차로써 건강을 지키고 다도를 통해 인성을 기르는 의미는 물론 정진하고자 하는 수행자의 행위를 다도의 작법에 접목시켜 수양과 깨달음을 얻는 일이다.

주인공 '노리코'의 삶은 평범하지 않았다. 행복한 가정에서 자라나 대학을 졸업했지만 원하는 곳에 취업이 되지 않았고 오랫동안 사귄 남자친구에게 실연까지 당한다. 다도를 함께 배우던 사촌인 '미치코'와 친구들은 원하는 직업을 얻고 승승장구했다. 거기다 성실한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민다. 그녀는 사촌의 행복을 진실로 축복했지만 그런 만큼 자신의 불행이 더 크게 느껴져 괴로워한다.

갈등과 고통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면서도 매주 한 번 있는 다도수업은 빠지지 않는다. 다다미가 정갈하게 깔린 다실에 앉아 조화롭게 펼쳐진 족자와 다화를 보며 차를 마시면 어느 사이 자연에 이르는 자신을 발견한다. '노리코'에게 다도는 카리스마 넘치는 스승의 말처럼 생각을 비우고 몸으로 익히는 일이었다. 다도로 쌓아올린 긴 시간은 그녀의 마음을 성장시키고 참선의 가르침인 화경청적(和敬靑寂)의 정신을 일깨워준 것이다.

내게 차는 무엇일까. 그 옛날 선인들의 꿈처럼 차 생활의 연륜을 통하여 신선이라도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고 싶을 걸까. 아님 시시때때로 올라오는 오만과 집착을 씻어내기 위한 방편일까. 커피의 늪에서 차 지킴이라는 명분을 걸고 문화의 한 부분에 이름이라도 걸고 싶은 걸까. 어느 하나도 부인할 수 없는 나의 꿈이요 희망이다. 24년이란 긴 시간 뒤에 비로소 인간의 미완성적인 삶을 온전하게 받아들이는 '노리코'의 성숙함에 무색한 마음이다. 하지만 차는 내 삶의 유영(游泳)이었다. 삭막한 내 영혼에 단비가 되어 느슨해진 나의 촉각을 매일 곤두세우는 것이다.

과학의 풍류에 물들어 갈수록 사람들은 불안한 행복을 좇고 있다. 밤하늘에 총총하게 떠있는 별의 신비로움보다 그곳에 총알같이 튀어 오르는 로켓의 광적 스릴에 점점 매료되어간다. 영화도 그렇다. 사람의 감정을 충만하게 하는 잔잔한 영화보다 대포 한발에 사람의 목숨이 줄지어 죽어나자빠지는 영화가 더 인기가 있으니 진정 필요한 인간의 정서는 어디에서 구할까. 서로 다른 사상(思想)과 이념(理念)에서 '진정한 행복 찾기'란 그 어떤 것도 정답이 될 수가 없을 터. 잔잔한 이 한 편의 영화로 차가워진 현대인들의 심장이 뜨겁게 달구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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