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지켜온 3·1절 만세운동… 마을 정체성 대변"
역사적 배경 자부심 커 애국정신 후손 계승 노력
1979년부터 기념식 매년 개최… 마을전통 만들어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우리 조상들처럼 피 흘리며 나라를 지켜보진 않았지만 그 정신만은 계승하고자 합니다"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덕촌리 마을사람들은 지난 1979년부터 한 해도 빼놓지 않고 3·1절 기념식을 갖는다. 3·1운동의 정신을 후손들에게 전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이 40년 마을전통을 만들어 낸 것이다.

수년째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정환창(58)이장은 기념식은 마을의 정체성을 대변한다고 강조했다.

"마을 사람들은 독립운동가인 정순만(1873~1911) 선생을 배출했다는 자부심이 가득해요. 미국과 만주에서 민족교육에 힘썼던 정 선생은 신민회를 조직해 활동했고, 헤이그특사 파견 당시 특사들에게 여비를 지원하기도 했어요" 

독립 이후 이러한 활동을 인정받은 정 선생에게는 지난 1986년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됐다.

정 선생의 독립정신을 이어받은 주민들은 실제 1919년 4월 청주에서 전개된 만세운동에도 적극 참여했다. 시골마을이었지만 주민들은 청주시내로 나가 만세에 동참한 것이다. 또 과거 한·일관계 회복 등 정치적 상황으로 학교나 공공기관에서 3·1절 재연행사를 제한했던 시기에도 꾸준히 맥을 이어왔다. 

"학교에서 한동안 3·1만세운동을 비롯한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어요. 촌사람들이라 정치적 상황이나 이런 것들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아이들이 독립운동의 역사를 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기념식을 더 풍성하게 꾸미고 교육도 실시하곤 했습니다"

지난해 청주시 옥산면 덕촌리에서 열린 3·1절 기념행사 모습. /덕촌을사랑하는모임 제공<br>
지난해 청주시 옥산면 덕촌리에서 열린 3·1절 기념행사 모습. /덕촌을사랑하는모임 제공

110년 전통의 옥산 덕촌교회 주관으로 개최했던 이 행사는 1989년부터 마을 청년회에서 담당했다. 이후 3월 1일이 되면 기념식과 함께 280여 가구 마을사람들이 윷놀이나 단체줄넘기, 줄다리기 등을 즐기는 축제로 발전했다.

덕촌리 주민들은 40번째 기념식을 준비하고 있다. 100주년이라 거창하게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겠냐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저 해오던 대로 3·1운동 정신을 본받고 독립 운동가들의 넋을 기리겠다는 것이 정 이장의 생각이다. 

"100주년을 맞아 달라진 점이 있다면 마을 삼거리에서 하던 만세운동을 옥산사거리에서 재연하는 정도로 키운 것 입니다. 그리고 어르신들이 맡았던 독립선언서 낭독을 옥산초등학교 학생에게 넘겨 교육의 의미를 강조할 계획입니다"

지난 2013년 당시 지자체(옛 청원군)로부터 정식 행사로 등록된 덕촌리 3·1절 기념식은 최근 들어 인근 국사리, 소로리 마을주민들이 함께하면서 옥산면민 전체가 참여하는 행사로 거듭나고 있다. 이는 정 이장과 마을사람들의 소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우리 마을이 지키려는 3·1운동의 정신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했으면 합니다. 사실 요즘 젊은 세대에게 태극기는 태극기부대라는 정치적 성향의 집단의 이미지로 기억되는 것 같아 많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이런 오해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싶습니다"

흰색 두루마기를 입고 태극기를 들면 특정단체로 오해 받는다는 지적에 의복맞춤을 고민하기도 했다는 정 이장은 "100주년 행사를 통해 태극기에 대한 숭고한 의미를 다시 한 번 일깨웠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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